매일신문

(베낭메고 월드컵 속으로)생각보다 차분한 로마의 열기

이번 월드컵 배낭 여행의 마지막 도시, 이탈리아 로마에서 안타깝게도 한국의 16강 탈락 소식을 들었다.

야간 기차를 타고 이동한 관계로 한국과 스위스전의 결과를 알지 못해 궁금해 했는데 로마 테르미니역에 내린 후 거리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로부터 한국이 졌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기차를 타기 전에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가 16강에 진출했다는 뉴스를 들은 터라 우리도 16강에 갈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청년들은 한국이 0대 2로 져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잘 싸웠고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에 억울하게 졌다고 했다.

태극전사들이 훌륭한 경기를 했다는 말을 위안삼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이 승승장구하며 4강까지 올랐던 것과 축제 분위기가 떠올랐다. 여기는 이탈리아 땅. 당시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에 당한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들이 숱하게 내뱉었던 구차한 변명들이 들리는 듯 했다.

그런데 세계적인 축구 강국이자 축구팬들이 많은 나라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월드컵 열기는 기대한 것과는 달랐다. 로마 거리가 월드컵으로 술렁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다른 나라들보다 더 차분해 보였다. 오히려 이탈리아 축구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로마의 월드컵 열기는 전체적으로 미약했지만 그래도 로마시내 음식점 등에서는 월드컵 생중계를 보는 모습들이 보였고 이탈리아의 승리를 자축하는 자동차 경적소리도 들었다. 이탈리아 국기를 달고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만날 수 있었다.

여행 성수기를 맞은 관광 도시 로마는 월드컵 열기보다는 관광 지도를 들고 다니는 외국 여행객들에게 파묻혀 있었다.

김혜옥(배낭여행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