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직 판사가 '실종'됐다. 가족들의 태도로 봐서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건 같았다. 그렇지만 기자들은 눈치 채고 기사를 썼다. 진짜 실종된 것이라면 큰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판사는 며칠 지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귀가했다. 어느 날 문득 길을 나서 시외버스를 잡아타고 잠들었다가 깨어 보니 낯선 땅이고, 그래서 내친걸음에 며칠을 유랑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가 납치된 것 같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주민등록이 어느 섬으로 옮겨져 있는 것으로 봐 붙잡혀 간 뒤 강제 노역 당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경찰이 찾아가 봤더니, 이 사건의 주인공 또한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조차 팽개친 채 새 세상에서 새 사람과 새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고 있더라는 얘기였다. 얼마 전 '판사 실종 사건'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보도됐던 일이다.
○…세상 규격에 맞춰 살기를 거부하고 내 생긴 대로 사는 자유를 택한 사람들을 다룬 책이 작년 이후 인기라고 한다. 직장 때려치우고 지리산 들어간 사람, 전통무예가 좋아 서울서 계룡산으로 옮겨 앉은 이, 죽기 전에 내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 연금 100만 원씩 나오기 시작하는 날 맞춰 사표 낸 전직 공무원 등등. 이름하여 '방외(方外)의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같은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판사와 아버지 실종 사건'에 신문 독자들의 관심이 보내진 것도 마찬가지일 터.
○…태풍 '에위니아'가 한반도까지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로 고통받았다. 하지만 개중에는 이번 태풍에서 또 다른 냄새를 맡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장마 끝 휴가철 시작! 계절의 이치를 잘 아는 동해안 청정해역 영덕과 울진의 해수욕장들은 모레 일제히 개장할 예정이다. 월말에는 경북도 농업기술원이 '歸農(귀농) 학교'를 개교한다는 소식도 있다. 이번 휴가 때는 짧은 시간이나마 자유를 찾아 한번 떠나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직장을 때려치우기까지는 못할지라도, 가족을 버리고 홀로 사라지지는 않을지라도, 그래도 조금은 그럴싸한 '사라지기'로 마음 깊은 곳에 도사렸을 자유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 있다면….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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