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남아 국제결혼] ④이주 여성과 코시안 자녀

외국인 배우자와 국제결혼이 크게 늘면서 우리 사회는 외국인들과 더불어 사는 다민족 국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국제결혼 비율은 13.6%. 1990년의 1.2%에 비해 무려 11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 농촌에선 외국인 신부와 그들의 자녀, 코시안을 보는 게 낯설지 않다. 2010년에는 국제결혼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코시안·Kosian)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혼 15년 새 11배 증가

국내 여성의 까다로운 배우자 선택 기준과 결혼상담업의 증가 등이 국제결혼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한 결혼정보회사의 초혼 남성회원 가입 기준은 최소 연봉 2천500만 원 이상 안정된 직장 또는 전문직 종사자, 초대 졸 이상 학력, 외모 등이다. 또 재혼일 경우 남성은 자택소유, 신용우량자, 연봉 2천800만 원 이상 소득자, 가정적인 남성, 농·어업종사자 안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한 저소득층 남성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신부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다 한국행을 희망하는 외국인 여성이 늘면서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또 1999년 결혼상담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 국제결혼 알선업자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도 국제결혼을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국내 남성의 상당수는 빈곤·저소득층, 장애인, 혼기를 넘긴 고령자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혼비율도 45.3%에 달해 내국인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의 결혼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결혼 양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국제결혼 비율은 1990년 1.2%였던 것이 1995년 3.4%, 2001년 4.8%, 2002년 5.2%, 2003년 8.4%, 2004년 11.4%, 2005년 13.6%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만3천121건의 국제결혼 건수 중 외국인 아내를 얻은 경우가 전체의 약 72%인 3만1천180건으로 외국인 남편을 얻은 건수(1만1천941건)의 약 2.6배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중국이 2만635명(66%)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5천822명·18.7%), 일본(1천255명·4.0%), 필리핀(997명·3.2%), 몽골(561명·1.8%), 우즈베키스탄(333명·1.06%), 미국(285명·0.91%), 태국(270명·0.87%), 러시아(236명·0.76%)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은 중국인이 42.2%인 5천42명, 일본인이 31%인 3천672명으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미국(1천413명·11.8%), 캐나다(285명·2.38%), 방글라데시(252명·2.1%), 파키스탄(219명·1.83 %), 영국(106명·0.89%), 호주(102명·0.85%), 대만(92명· 0.77%), 독일(85명·0.71%) 등의 순이다.

이런 추세로 보면 향후 10~20년 뒤에는 배우자와 친지를 포함한 혼혈인이 큰 규모의 인구집단으로 변해 우리사회의 새로운 정치경제 세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2세 코시안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2세 코시안은 2010년이면 10만여명, 2020년에는 167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시안 증가 현상이 농촌뿐만 아니라 조만간 도시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혼혈인이란 말보다는 '000계(베트남계) 한국인'이란 용어 사용도 보편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와 편견,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주여성들과 자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 이주여성들은 농촌으로 시집와 바쁜 일손과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자녀 교육에 소흘한데다 열악한 교육환경 탓에 결국 자녀들이 어머니의 언어장애를 대물림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반 한국 가정의 자녀들에 비해 언어 및 기초학습 능력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피부색 차이 등으로 인해 또래집단으로부터 집단 따돌림까지 받는 등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에 재학중인 혼혈아는 도시지역 3천469명, 농촌지역 2천593명 등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해 저학력 및 빈곤의 대물림과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지역의 결혼 이주여성은 대구 1천653명, 경북 2천716명으로 이들의 자녀(코시안)도 대구 800명, 경북 1천573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취학 자녀수가 취학 아동에 비해 3~4배 정도 높게 나타나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수는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와 각 시·군은 외국인주부와 자녀들이 우리사회의 이방인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중이지만 주로 1회성 체험행사 위주로 끝나 이들의 고충 및 권익보호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도선 동양대 행정학교수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역할이 모국어를 습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며 "외국인 주부의 한국어 능력 부족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사회가 신속하게 다문화, 다인종 시대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혼혈인이 주류사회로부터 격리돼 결국 사회적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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