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 작가 작가 타테랑은 이렇게 커피를 예찬했다. 커피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출근 전쟁을 치르고 회사에 발을 들여놓은 뒤 마시는 모닝커피, 점심 식사 후 입가심으로 한 잔, 지친 오후 활력을 되찾기 위해 또 한 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수다를 위해 한 잔. 향기롭고 달콤한 커피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요, 바쁜 일상의 작은 쉼표다.
커피가 그리운 계절은 보통 가을이라 하지만, 음악 흐르는 시원한 카페에 앉아 혀를 적시며 넘어가는 달콤쌉쌀함을 음미하는 것도 좋은 피서법 중 하나다. 열대야의 후텁지근한 공기를 피해 대구시내 한 카페에서, 커피를 사랑한다는 20대 여성 두 명을 만났다. 피아노 학원 강사라는 장신웅(28), 권세진(28) 씨.
"커피를 왜 좋아하냐구요? 요즘은 물보다도 더 흔하게 마실수 있는 것이 커피잖아요. 그 간편함 때문이기도 하고요, 자꾸 마시다보면 중독성이 생기죠. 향에도, 맛에도 취하고…. "
그녀들이 커피를 '진지하게' 마시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대구시내에 있는 한 커피 전문점에 드나들면서부터다. 담배냄새에 찌들지 않고 조용히 수다를 떨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결국 '금연'을 원칙으로 하는 그 원두커피 전문점이 안식처가 됐다.
이야기는 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된장녀' 논쟁으로 이어졌다. "스타벅스 컵을 들고다니는 것이 겉멋 때문이라구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책을 읽어도 어색하지 않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아쉬운데 이걸 해결해 주는 곳이 '스타벅스'로 상징되는 커피숍이죠. 테이블이 작아서 혼자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도 눈치보지 않을 수 있는 곳이잖아요."(장신웅)
세진 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사실 이 이야긴 논쟁의 소재조차 못되는 거 아닐까요? 여자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행복감에 빠져드는 건 남자들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거나, 재미있는 기계에 푹 빠져드는 것처럼 '기호'의 문제니까요."
그렇다고 이들이 스타벅스 마니아인 것은 아니다. 따져 물었더니 한참을 기억을 더듬은 뒤 단 두번 거기에 갔다고 했다. "사실 너무 비싸요. 돈이 아까워서 못가죠. 싸고 훨씬 질좋은 커피도 있는데…." 이들이 주로 가는 곳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운영하는 테이크아웃 커피숍이다. 그 곳에서는 2천 원대면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이들이 쓰는 한달 커피값은 각자 3, 4만 원 선. '커피에 취해 사는 취미'를 감안하면 많지 않은 액수다.
혹시 '커피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살짝 비틀어 물었다. 예전부터 커피는 '지적이다.' 혹은 '고급문화다.'라는 사회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해요. 흔하디 흔한게 커피잖아요. 저희도 하루에 서너 잔 이상씩 커피믹스를 마셔요. 그 달달한 맛과 편리함이 고급스런 이미지는 아니죠. 그리고 요즘은 커피 문화 전체가 상향평준화되면서 딱히 고급문화라 할수도 없죠. 그냥 입맛의 문제 아닐까요?" (2006년 8월 17일자 라이프매일)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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