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밤은 별들의 고향이다. 설산(雪山)에 가까이 갈수록 세속을 멀리 떠난 느낌이 든다. 특히 해발 5천m 가까이 가서 며칠 지내다 보면 문득 저승 문지방을 밟은 느낌이 든다. 한 번 그 느낌을 맛본 자들은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나면 세속에서의 일상이 한동안 아기자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히말라야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산악인들의 무한도전장이기만 할까. 에베레스트, 초오유, 안나푸르나 등 해발 8천m 이상의 고봉을 발로 디뎌야 '감동'이 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눈 옷을 입은 고봉을 키보다 높은 곳에 두고 그보다 낮은 곳을 걷더라도 히말라야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은 벅차 오르지 않겠는가.
책 '히말라야, 40일간의 낮과 밤'은 히말라야가 좋아 히말라야의 언저리에서 터를 잡고 10년 세월을 살아온 시인 남편과 카피라이터 출신 아내가 쓴 트레킹의 기록이다. 트레킹(trekking)은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들과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이라고 사전이 정의하고 있는 단어다. 하지만 저자들은 그것을 '순례'(巡禮)라고 말한다.
"'성스러운 어머니'(초모롱마·에베레스트를 뜻하는 티베트어)라는 의미를 담은 성산이 있고, 그러한 성산을 찾아가는 길목에 관세음보살이나 약사여래불의 모습을 숨긴 봉우리들이 있다면, 그것을 서양 여행자들처럼 '트레킹'이라고 부르게 되면 신비감이 손상될 것만 같다."는 이유 때문이다.
책은 남편이 친구와 함께 한 16일간의 초모롱마(에베레스트)의 남쪽 기슭 '쿰부 순례'와 부부가 '하얀 쌀밥이 쟁반에 가득 쌓인 모양'을 뜻하는 안나푸르나 지역을 19일 동안 순례한 것을 차례로 엮고 있다.
책장을 넘기는 것과 동시에 한 걸음씩 내딛게 되는 발걸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 이야기와 자연의 이야기는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며 한 폭의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여기에다 저자들이 히말라야의 품속으로 한발 한발 들어가며 찍은 170컷에 이르는 컬러 사진은 설산의 바람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와 떠나는 트레킹은 정상 등극을 목표로 두지 않다 보니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격정적임은 덜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5천m 가까이 되는 코스는 고산 적응을 무시하면 고산병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저자는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달팽이처럼 천천히 움직여야 하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력 하나만 믿고 덤비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히말라야는 수많은 사연을 지니고 찾아온 여행자들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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