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간 일을 두고 정치권의 뒷말이 무성하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전직 대통령 사저를 찾은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정치권의 정계 개편 논의가 막 시작된 시점이라 노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눈길이 미묘하다.
청와대와 DJ 측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노 대통령이 DJ에게 전화해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고, DJ가 "그럼 식사나 함께 하자"고 해서 회동이 이뤄졌다는 것. 2일 문을 연 김대중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한다는 명분.
그러나 양측의 설명을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한 뒤 "DJ와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국민들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전날 "노무현 기획의 돌출 이벤트"라며 "호남의 마음을 사보겠다는 시도 같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정계개편과 연계시켜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치 않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왜 갔느냐?'는 궁금증이 남는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DJ의 자산과 부채를 함께 지겠다."고 했으나 두 사람의 그간 관계는 불편했다. 노 대통령이 대북 송금 특검을 수용하면서부터다.
하지만 현 정치상황이 두 사람을 서먹한 관계로 계속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 듯하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당 이후 한나라당은 각종 선거에서 연전 연승하는 형국. 이런 마당에 정계개편이 이뤄진다 해도 비(非)한나라당 세력을 총결집하는 방향이 아니라 아무런 방향없이 이뤄질 경우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인식을 두 사람이 같이 했을 수 있다.
'정치 승부사'로 불리는 노 대통령과 '정치 10단'인 DJ의 사저 회동이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우선 고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을 앞두고 호남출신 의원들에게 DJ가 '그건 아니다.'란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이나 DJ의 햇볕정책에 긍정적이지 않고, 홀로 신당 창당을 강행해 두 사람으로서는 달갑지 않다.
하지만 여권은 목소리가 워낙 다양하고 이해가 달라 두 사람의 이날 회동이 정계 개편의 가늠자 역할을 할지 핵분열을 낳는 뇌관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지켜볼 일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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