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죽는 날까지 라디오만 하고 싶어"

"온에어(ON AIR)사인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숨이 막혀오고 침은 고여왔다. 어떻게 1시간을 방송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상황이 2년씩 계속될 정도로 긴장했다."

'이대희의 골든디스크'를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는 이대희 씨의 첫 방송 때의 기억이다. 1983년 대구MBC개국과 함께 '탑튠퍼레이드'를 진행했던 그는 이제 라디오DJ 경력만 23년째인 라디오스타다.

며칠 전 방송 때는 "16년 만에 신청곡을 보냅니다. 그때는 고3이었는데 이제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라는 청취자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씨는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왔나 문득 되돌아보게 된다."면서도 "죽을 때까지 라디오만 하고싶다."고 말했다.

이 씨가 대구지역 2세대 라디오DJ라면 대구교통방송의 김병규(52) 씨는 1세대다. 1978년 KBSFM에서 시작한 그는 젊은 시절 '톡톡튀는 DJ'로 명성을 날렸다. 이제 그는 택시기사들의 애환과 함께하는 친근한 라디오스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택시기사 이정빈(55) 씨는 "아직까지 한번도 (방송에) 참여한 적은 없다."면서도 "늘 라디오를 켠 채 운전을 하는데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라디오DJ가 되는 것은 당시 다운타운가 DJ의 최고의 목표였고 오히려 고시 합격이 더 쉬웠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들 역시 음악감상실 DJ에서 라디오로 진출했다.

이종환, 김광한, 김기덕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서울의 DJ들과는 달랐다지만 대구의 라디오스타들의 인기 역시 그들 못지 않았다.

김 씨는 라디오DJ의 덕목으로 청취자의 사연을 들으며 같이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힘이 들더라도, 내 목소리가 갈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희 씨는 "요즘 인기있는 가수와 연예인 DJ에게서는 라디오만이 가진 아기자기함과 따뜻한 질감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다."며 "진정한 라디오스타는 내적이어야 하고 인간다운 면을 갖고있어야 하며 청취자와 1대1의 관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