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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황인숙 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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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그러자면 강은 또한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허구한 날 외롭고, 괴롭고, 미칠 것 같은 이들이 찾아와 늘어놓는 하소연. 참 성질도 좋지, 나 같으면 절대로 귀를 빌려주지 않겠다. 누군들 인생의 어깃장과 저미는 애간장이 없겠으며, 복장 터질 일, 분통터질 일 왜 아니 없겠는가.

그런데 이 시인, 하필이면 왜 강에 가서 '직접' 말하라고 하는가. 엄마한테 일러바치듯 강에게 일러바치란 말이겠지. 강은 어머니니까. 너그럽게 품어주는 어머니니까.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땡깡'을 부려도 오냐 오냐 받아주는 어머니니까. 달아오른 주전자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머리통 감싸안고 앉은 당신이여, 강으로 가자. 가서 치사하고 더러운 이 삶, 이불홑청 빨 듯 깨끗이 빨아서 돌아오자.

헌데 이 양반, 지금 엄청 복장 터지는 일 있는가 보다. 반복어법이 조성한 격렬한 어조, 덩달아 우리도 알게 모르게 격정에 사로잡히느니.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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