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1급과 지적장애 1급.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딸을 매일 씻기고, 예쁜 옷을 골라 입혔다. 하루도 빠짐없이 간병일지를 쓰며 누구보다 세밀하게 딸의 상태를 살폈다.
그렇게 38년을 딸에게 온전히 바쳐온 어머니는 끝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끔찍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모녀가 함께한 긴 세월의 끝은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38년의 헌신…끝은 없었다
피고인 A씨는 피해자 B(38)씨의 어머니였다. B씨는 난치성 뇌전증과 좌측편마비, 지적장애를 앓으며 태어날 때부터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A씨는 딸이 태어난 이후 줄곧 보호자이자 간병인이었고, 보호시설이나 요양기관에 맡기지 않고 직접 돌보며 살아왔다.
A씨의 삶은 자연스럽게 딸 중심으로 흘러갔다. 하루 일과는 약 챙기기와 식사 보조, 발작 관리, 병원 동행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38년이었다. 외출이나 개인 시간은 거의 없었다. 평생을 딸에게 바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22년 1월 모녀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쳤다. B씨는 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이미 기저질환이 많았던 B씨에게 항암치료는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A씨는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병원을 오가며 딸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항암치료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치료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됐다. 통증과 부작용으로 B씨는 밤낮없이 괴로워했다. 발작과 구토, 극심한 피로가 반복됐다. A씨는 곁에서 이를 지켜보며 함께 고통스러워 했다.
A씨는 이 시기 심각한 정신적 한계 상황에 놓여 있었다. 2022년 5월 19일, 우울과 불안, 불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중증 우울에피소드 진단을 받았다. 수십 년간 누적된 간병 부담과 암 투병 간호가 한꺼번에 몰려온 결과였다.
결국 A씨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 딸의 고통을 끝내주고 자신도 생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현실 속에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2022년 5월 23일 오후 4시 45분쯤 A씨는 평소 불면증 치료를 위해 처방받아 복용하던 수면제 여러정을 B씨에게 건넸다. B씨는 이를 스스로 복용했다. 잠든 딸은 끝내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폐색질식이었다.
A씨는 현장에서 유서를 남기고 딸과 함께 세상을 등지려 했으나 이를 발견한 아들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집유형 선고받은 어머니…결국 오열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중증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정신과 전문의 감정서에도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의 아들은 선처를 구했다. 그는 "엄마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에게서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줬다.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이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며 "우리 가족이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까지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40년 가까이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사셨다. 어머니를 다시 감옥으로 보낼 수 없다"고 호소했다. A씨의 가족들은 탄원서를 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그때는 버틸 힘이 없었고,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쁜 엄마가 맞다"라고 재차 눈물을 쏟았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법정형 범위와 양형기준상 권고형은 징역 4년에서 6년이었지만, 여러 정상 참작 사유를 고려해 형량을 낮췄다.
재판부는 "아무리 어머니라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생명을 처분하거나 결정할 권리는 없다"면서도 "38년간 피해자를 돌보며 살아온 점, 항암치료 과정에서 겪은 고통, 돌봄 부담을 감당해온 사정, 국가 지원의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A씨는 대부분 고개를 숙인 채 진술을 들었다. 피해자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눈을 감았다. 재판부는 "앞으로도 큰 죄책감 속에서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재판이 끝난 후 A씨는 아들을 붙잡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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