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풍의 계절, 가을산 추천

오매 단풍 들것네…가을산이 부른다

▲ (사진 위로부터)내장산 단풍,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 담양 추월산, 남해 금산.
▲ (사진 위로부터)내장산 단풍,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 담양 추월산, 남해 금산.

"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붙은 감닙 날러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 들것네."(…중략)

영랑의 시 '오매 단풍 들것네'를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산은 온통 붉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만산홍엽'(萬山紅葉)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가을산은 북쪽에서부터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급속도로 번지는 바이러스처럼 산마다 골마다 봉우리마다 가을색으로 물들고 있다.

이럴 때는 높아지는 하늘을 올려보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만 봐도 단출한 배낭 하나 꾸려, 마음속에 담아뒀던 가을산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설악산과 오대산 등 강원도의 유명산들은 첫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 산악회마다 설악산으로 달려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팔공산과 내장산 등 남부지방의 주요 산들은 10월 중순부터 물들기 시작, 10월 말에서 11월 초순까지가 단풍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행과 답사 전문가들로부터 가을산행지 몇 곳을 추천받았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그곳으로 떠나보자.

▶담양 추월산

가을빛 완연한 10월이면 전국의 산은 오색찬란한 비단옷으로 치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풍에다가 또다른 볼거리가 있는 산행이라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담양의 추월산이 바로 그곳이다. 추월산은 가을빛이 뛰어난 호남 최고의 호숫가 명산으로 호수와 단풍, 절벽의 단애에 위치한 보리암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을이면 산봉우리가 보름달에 맞닿을 정도로 높다하여 추월산(秋月山)이라 불린다. 추월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을달빛을 닮은 산으로 호남의 5대명산에 꼽힌다. 내장산과 백암산이 귀족적 품격을 자아내는 영국신사풍의 단풍이라면, 추월산은 여성적인 섬세함이 깃든 서민적인 단풍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 높이는 729m이며 인근의 금성산성(강천산 군립공원 내)과 함께 임진왜란 때는 치열한 격전지였으며 동학군이 마지막까지 항거한 곳이기도 하다.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지리산 전능선도 볼 수 있으며 남동쪽으로 담양읍 벌판 너머 무등산과 남서쪽으로 병풍산과 태청산, 북서쪽으로 방장산과 입암산, 내장산까지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담양호도 장관이다.

초급자, 중급자, 전문가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는 것도 장점. 초급자코스는 추월산 국민관광지에서 사자바위-신선대-보리암을 거쳐 상봉(691.9m)을 오른 후 출발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코스로 약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급자코스는 보리암에서 전망바위-수리바위를 거쳐 수리봉(726m)을 오른 후 추월산 주능선을 타고 730봉을 거쳐 정상-상봉-보리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4시간~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전문가코스인 추월릿지는 위험하다. 순창군 복흥면 구산리나 담양 용면 용치리에서 오가피농장까지 올라간 후 임도에서 호남정맥길을 따라 100m 정도 가다가 호남정맥길을 버리고 직진하면 된다. 스릴을 동반한 험로를 한 시간여 오르면 주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소요시간은 5, 6시간 정도.

▶천태산, 남해 금산, 마니산

천태산은 혼자 떠나기 좋은 산이다. 충북 영동에 있는 천태산(715m)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잘 정돈된 등산로, 그리고 많은 주변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영국사를 제1경으로 양산팔경이 시작되고 많은 문화유적들이 그 신비함을 더해준다.

천태산을 오를 때는 4개의 등산코스 중 자신에게 적당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매력 중의 하나다. 특히 75m의 암벽 코스를 밧줄로 오르는 맛은 빼놓을 수 없는 천태산만의 즐거움이다. 천태산 입구에서 단풍길을 따라 20여 분 가다 보면 기암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용추폭포의 빼어난 절경이 맞아준다. 조금 더 걷다 보면 1천300여년 동안이나 천태산을 지키고 있는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33호)의 뛰어난 자태를 볼 수 있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가을을 보고싶다면 마음을 비우고 꼭 다녀와야 할 곳이다.

남해 금산(錦山)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고 싶은 산이다. 짙푸른 남해 바다를 향해 솟아있는 금산은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다도해를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산이다. 특히 문장암·대장암·태조기단·백명굴 등 '금산 38경'은 등산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 이성계가 조선개국을 앞두고 보광산에서 100일 기도를 올리며 '훗날 임금이 되면 그 보답으로 산 전체를 온통 비단으로 덮겠다'고 한 데서 금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금산의 보리암은 우리나라 3대 기도처 중 하나로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기암절벽에 세워진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천상에서 바라본 이상향처럼 느껴진다. 태양 빛에 붉게 물든 암자와 바위, 넓게 펼쳐진 바다. 금산은 남해 최고의 일출전망대다.

최근에는 산 중턱까지 도로가 생겨 금산은 등산을 하기 위한 산이라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하기 좋은 산이다.

강화도 마니산은 멀지만 언제나 가고싶은 산이기도 하다. 정상에 서면 서해안에 산재한 섬과 영종도 국제공항이 한눈에 보인다. 또 정상에는 백두산·묘향산과 함께 단군 왕검이 강림한 장소인 높이 6m의 '참성단'이 오랜 세월 꿋꿋이 우리 민족의 혼을 담아오고 있다. 산행시간은 정상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가 많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호 답사마당(http://www.taedabma.com) 원장)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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