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B정부에는 지방이 없다] ⑤부동산도 예외 아니다

서울 강남 집값따라 널뛰는 정책 "무조건 따라와"

'부동산에 지방이 있나요.'

지방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여 정부'나 'MB 정부' 모두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지방의 존재'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정책이 수도권 위주로만 입안되고 시행되는 탓이다. 서울 강남 집값이 오르면 지방도 덩달아 규제 대상이 되고 수도권에 임대 주택이 모자라면 집이 남아도는 지방 대도시에도 외곽 택지를 밀어내고 임대 주택을 짓는 식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있고 거래 규제로 집을 파는 사람이나 살 사람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지방 부동산 대책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방에서 아무리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요구해도 정부는 미동도 않는다"며 "지방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권한이 전혀 없고 정부의 정책 담당자는 강남 아파트 가격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MB가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라고요?

대선을 앞둔 지난해 가을 침체에 빠져 있던 지방 부동산 시장은 조금씩 기대감이 돌기 시작했다. 친기업을 정책 이념으로 내세우는 MB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실성 있는 '지방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싹튼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석달이 지나면서 지방은 다시 '역시나'라는 실망감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 대책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고 시장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돌아보자.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1만6천가구. IMF 시절의 5천700가구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아파트 가격은 16개월째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005년도 가격으로 내려갔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 또한 양도세 중과와 가격 하락으로 2006년 대비 20% 정도 줄어든 실정이다.

대구뿐 아니라 부산과 울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대도시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취약한 대구 지역 경제력을 감안한다면 미분양 아파트는 이미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지방은 이미 심리적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신정부 출범 이후 지방을 위한 부동산 대책은 전혀 없는 상태다.

MB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거래세 인하 ▷종부세 대상 고가 주택 기준 상향(6억에서 9억원) ▷6억 이상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 등이다.

거래세 인하를 제외하면 6억 이상 고가 주택이 거의 없는 지방과는 먼 수도권만의 대책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지방은 배신당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 부동산은 지방에 맞게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인 2003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무려 60.9%(국민은행 통계). 같은 기간 대구 지역의 상승률은 14%, 부산은 5.6%에 그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지방 아파트는 실질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참여 정부 기간 동안 서울 집값이 뛰면서 지방은 수도권과 동일한 기준에서 '부동산 규제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가지 정책 모두 형평성의 원칙이나 현실성에서 벗어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삼태 세무사는 "대구 등 지방의 경우 1가구 2주택자의 주택 합산 가격이 대부분 4억~6억원 미만으로 수도권의 85㎡형대 아파트 한채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에 대한 징벌적 세금으로 지방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거래 규제와 신규 수요 감소로 이어져 미분양 증가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지방에서 분양가 상한제나 거래 규제를 위한 '주택 담보 대출 제한' 또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건설협회 대구시회 정화섭 부장은 "건설협회나 지방 정부에서 지겨울 정도로 지방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며 "정부 정책 눈높이가 수도권에 맞춰져 있는 것은 지난 정부나 MB 정부 모두 똑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방 자치단체나 건설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지방 부동산 대책'을 위한 정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부동산은 서민 주거 안정이나 지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지방 정부로서는 중앙 정부 건의를 빼고는 아무런 역할이나 권한이 없어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많다"며 "단순히 지방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아니라 중앙 정부 내에 지방 경제를 위한 전문팀을 구성하고 지방 정부에도 일정 권한을 내려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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