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지옥에서의 1주일이 꼭 1년처럼 느껴졌어요!"
지난 12일 오후 2시 28분쯤 중국 쓰촨(四川)성을 대지진이 뒤흔들 때 이은솔(22·대구한의대 중국어과 3학년·사진 왼쪽)씨는 청두(成都)시 쓰촨사범대에서 수업중이었다. 학교에서 139㎞나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이었지만 위력은 대단했다. 강의실 바닥이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천장 석고판이 떨어져 내렸다. 눈치만 살피던 학생들은 4층 강의실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건물 밖으로 뛰었어요. 계단에서 넘어진 중국인 친구들도 있었지만 도와줄 겨를도 없었지요. 건물 밖으로 어떻게 뛰쳐나온지도 모르겠어요. 운동장에 나온 뒤에야 친구들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쳐진다고 했다.
지난 3월 이씨와 함께 쓰촨사범대에 간 서혁준(24·중국학과 3학년)씨는 지진이 난 후 14일까지 3일 동안 학교 운동장에 설치해 놓은 천막에서 중국 현지인들과 함께 지냈다. 이후에도 여진이 수차례 계속되는 바람에 건물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지진 공포도 겁이 났지만, 이후 쏟아지는 '괴담'들 때문에 걱정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댐 붕괴, 전염병 창궐, 화학공장 붕괴로 인한 식수 오염 등. "이번 지진 때문에 북경에 전염병이 돌아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전부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요가 심했어요. 급기야 14일에는 청두시 전역에 1시간 동안 단수가 되면서 생수 사재기까지 벌어졌지요. 그날 이후 수돗물을 믿을 수가 없어 빵과 콜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어요."
15일부터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수업이 시작됐지만 불안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언론은 '이제는 안전하다. 더 이상의 피해는 없다'는 얘기만 했어요. 그러나 인터넷으로 접한 한국 언론은 그렇지 않더군요. 중국인 친구들은 너희 나라가 우리 경제를 망치려고 하는 짓이라고까지 하더군요."
결국 이들은 대지진 참사 1주일 만인 18일 오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땅을 밟으면서 긴 안도의 한숨이 나왔어요.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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