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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노트] 주민·공무원 눈치만 보는 군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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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고령군의회 본회의장. 개회 시간을 20여분이나 훌쩍 넘긴 오전 10시 23분. 곽광섭 의장이 정원조정 조례안을 반대하며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복도를 점령, 농성하고 있는 10여명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경본부 노조원을 뚫고 회의장에 입장했다. 회의장에는 개회 시간 훨씬 이전부터 부군수를 비롯, 15명의 실과장과 의회사무과 직원들이 의원들의 등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심의할 내용은 행정기구 개편 및 정원조정 조례안. 그러나 조례안을 심의할 의원들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곽 의장은 회의장을 한번 쭉 둘러보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의원들의 등원이 늦어지는 관계로 일이 바쁜 공무원은 업무에 복귀해도 좋습니다."

순간 회의장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질 것처럼 잔뜩 찌푸린 날씨처럼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곽 의장 발언에 누구 하나 이의를 달거나 질문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회의장 옆 의원사무실. 개인적인 일로 출근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의원 5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 역시 조용했다. 한 의원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등원하자"며 동료 의원을 설득했지만 누구 하나 동조하는 의원은 없었다.

의원들은 노조원들이 회의실 입장을 가로막고 있어 등원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들은 애초에 등원할 의사가 없었다. 축산담당을 산업과에서 환경보호과로 이전하는 조직 개편안에 대한 관련 농가들의 반대와 정원조정의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결하면 공무원 눈치를, 부결할 경우 주민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기에 의원들은 등원을 기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곽 의장은 1시간여가 지난 오전 11시 30분, 의원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유회를 선포했다. 집행부 관계자는 "가타부타를 결정해야 수정안을 마련하든지 할 게 아닙니까, 오전 내내 아무 일도 못하고. 이게 직무유기 아닌가요"라며 일갈했다.

사회2부·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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