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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수확하자마자 큰놈만 골라 자식에게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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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옥수수 첫 수확을 했다. 애들 아버지가 요즘은 너무 더워 새벽녘에 밭에 나가시더니 옥수수 수염이 불그스름하니 다 익은 듯해서 급히 따오셨다고 했다.

짧은 옷을 입고 나가셔서 온통 팔은 옥수수 대에 긁혀 상처투성이였고 온몸은 땀에 흠뻑 젖었지만 옥수수를 한자루 가득 따온 애들 아버지 얼굴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어서 다듬어 서울 아이들한테 붙여야된다며 거실 바닥에 쏟아 놓으니 그야말로 옥수수가 한 가득 찼다. 껍질을 벗기고 큰 것만 골라 담았다. 우체국으로 가서 상자에 포장해 넣는 애들 아버지의 표정에서 '저게 부모의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400평 남짓의 땅을 사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3년. 물도 없고 척박한 땅을 둘이 돌을 주워내기를 몇 트럭, 지금은 옥토가 된 듯하다. 올해는 검은 비닐로 밭 전체를 덮어 잡초도 거의 없고 작년에 비해 풍작을 이룬 것 같다. 한 알의 씨앗이 몇백 알의 열매를 맺어주니 자연의 조화와 수확의 행복감에 푹 젖어 나누어주는 즐거움을 실컷 맛봤다.

다음날, 서울 있는 막내 손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 엄마가 할아버지 표 옥수수 삶아주셨는데 쫄깃쫄깃하고 참 맛있었어요"라며 애교를 떨었다. 둘째 며느리도 "아버지 표 옥수수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전화가 왔다. 택배 상자 속에 큰 아이 집엔 '할아버지 표 옥수수 맛있게 먹으렴' 둘째네 집엔 아직 애가 없어 '아버지 표 옥수수 맛있게 먹으렴'하고 써넣은 것이 히트를 쳤다. 작은 애는 회사에까지 옥수수를 가져가 나눠 먹었단다. 애들 아버진 고희를 지났고 나 또한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다. 이제 남은 시간들을 이웃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아직 밭에는 덜 익은 옥수수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휴가 중인 딸아이네 몫으로 따로 챙겨놓으신 모양이다. 백중날 절에 갈 때 '여래심 표 옥수수'로 이름 붙여 부처님 전에도 올리고 신도님들에게도 맛을 보여야겠다. 풍성한 수확에 행복해 하면서….

박명숙(대구 동구 신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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