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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식량지원, 신중히 검토해 결정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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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20일 우리 정부에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곡물과 생필품 구입에 드는 비용 6천만 달러로 옥수수 15만t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일부는 21일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여론 등을 고려해 차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북한이 당국 간 대화마저 끊고 있는 마당에 비록 우회지원이지만 선뜻 나선다는 게 걸리는 모양이다. 이런 부담 때문인지 정부는 필요하다면 여론조사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애초 순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조건 없이 추진하고, 북한이 요청할 경우 직접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측의 직접 요청은커녕 대남 비난 공세가 거세지는 등 10년 새 최악의 국면을 맞은 것이다. 그 사이 미국이 50만t의 식량을 북측에 지원하는 등 외부 환경이 급속하게 바뀌자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가 갈팡질팡하자 일각에서는 어차피 줄 것이라면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지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인도적 차원만을 본다면 이런 주장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식량사정이 매우 심각한지 확인되지 않았고, 재해가 발생한 경우도 아니기 때문에 지원을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세밀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미국이 최근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 내'외부적으로 어떤 과정과 논의를 거쳤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북 식량지원은 부지불식간에 진행할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인도적 대북 지원에는 이론이 없지만 국민 정서를 충분히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성급한 지원 목소리에 쫓겨 아무런 상황판단도 없이 일을 처리하는 것은 차라리 주지 않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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