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지나고 절기로 봐서는 가을로 접어들 때인데 아직도 여름이 끝나지 않은 듯하다. 여름이면 강냉이 삶아 간식거리로 내어주던 할매 생각이 간절하다. 올여름도 그렇다.
지금은 먹을거리도 풍부해서 강냉이를 삶아주어도 대접도 못 받지만 봄부터 텃밭에 가꾼 강냉이를 가마솥에 등칡으로 얼기설기 만든 채반 가득히 쪄서 내 놓으면 손자 손녀는 물론 방학이면 외갓집으로 달려오는 외손들까지 먹이며 보담고 감쌌으니 할매 가슴은 얼마나 컸나 싶다.
여름밤에 삶은 강냉이 먹으며 마당에 멍석 깔아 할매 무릎에 누워 모깃불을 피워도 달려드는 모기를 부채로 쫓아가며 해님달님, 콩쥐팥쥐, 범 아재비 등 만날만날 듣는 옛날 이야기는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여름밤 별빛은 유난히 반짝거렸고 어느새 잠이 들어 할매의 이야기가 자장가가 되었어.
할매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를 지금은 거의 다 잊었지만 요즘 애들은 컴퓨터가 친구이고 놀이이다 보니 나랑 얘기조차 할 시간이 없으니 어릴 적 할매 사랑 어디에 줄 수도 없고 받을 데도 없다.
이가 다 빠져서 잇몸으로 음식을 먹던 할매는 강냉이 알을 떼어내 디딜방아에 빻아 익혀서야 겨우 강냉이 맛을 볼 수 있었다. 할매가 "이 성할 때 많이 먹어라"하시던 말씀이 들리는 듯한데 그 많은 사랑과 정을 주고 떠난 할매 자리가 여름이면 왜 이리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지. 할매 저 세상에는 이 없어도 강냉이 마음놓고 먹을 수 있제.
하후자(대구 북구 읍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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