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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원의 반성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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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9월 26일에 법원조직법이 처음 공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월 26일 법원이 '대한민국 사법 60주년' 기념식을 거행했다. 그 자리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우리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에 대해 이미 재심절차를 거쳐 "지난날의 과오를 시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재심절차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 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법원의 자기 반성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보기관이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검찰이 부당한 기소를 했더라도 법원이 끝까지 제자리를 지켰더라면 권위주의시대의 암흑이 그토록 깊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은 비록 가혹할지 모르지만 지극히 타당하다.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은 마땅히 그렇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재심절차를 보다 활성화하거나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법과 양심이 지켜진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재심절차를 법과 양심이 흔들렸던 사건에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며, 수십 년 동안이나 이어져 온 피해자들의 특별한 아픔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마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반성은 빛난다. 성실한 머슴이기보다는 거들먹거리는 주인이기에 익숙했던 국가권력이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거듭 '법치'를 외치는 가운데, 행정부의 기관들이 잘못된 과거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우격다짐으로 그것을 부활시키려고 기도하고 있는 '반법치'적인 현실 속에서는, 스스로 잘못된 과거를 되짚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법원의 다짐이 더욱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법치는 권력을 위한 것도 경제를 위한 것도 아니며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그 권력의 하나인 사법권 또한 "국민이 맡긴 것이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포퓰리즘'을 빌미삼아 국민으로부터 떨어져나갈 때가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라는 토대 위에 올곧게 서서 다른 권력, 특히 행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때 비로소 지켜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그 국민은 법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에 발표된 한국법제연구원의 '2008 국민법의식 조사'에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69.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생기면 돌멩이와 화염병을 들고 뛰쳐나가 최루탄을 쏘아대는 권력과 거리에서 맞섰던 국민들이, 권위주의시대가 종식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다름 아닌 법원을 찾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법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3.6%가 "권위적"이라고 답하고 32.6%가 "불공평하다"고 답해 76.2%가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고, 또 법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니까"라는 답이 34.3%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법에 대한 거리감이 국민의 의식 속에 여전히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법에 대한 '기대'와 '거리감'이 어색하게 동거하고 있는 이러한 법의식의 원인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법현실에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친절하고 공정한 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비법치'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기초한 사법제도를 마련"해야 할 법원의 일차적인 책무일 터이다.

법원의 보다 철저한 자기 반성과 그 반성에 걸맞은 실천을 기대해본다.

김창록 (경북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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