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최근의 경제위기가 21세기 판 '대공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를 '금융 빙하기'에 비유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문제를 완화시킬 뿐 모면할 수는 없다"며 지금 세계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단언했다.
지금 미국發(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될 것이란 분석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고통의 터널이 얼마나 길고 오래 갈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다급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비상 대책(emergency plan)'도 없이 세계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의문이다.
사태를 비교적 낙관해오던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관련기관들은 방심하지 말고 최악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단계별 비상 대응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397억 달러로 대부분 즉시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시장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올 4월부터 현재까지 220억 달러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연 즉시 투입될 '실탄'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의 판단과는 달리 금융기관조차 급격한 자금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중소기업은 도산 공포에 빠져있고, 빚더미에 눌린 서민 가계는 파산 위기에 몰려있다. 유례없는 비상시국이다.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은 지금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저금리 정책으로 지난 20년간 미국을 번영의 시대로 이끈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조차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금융위기와 관련,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시킬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모기지 거품을 유발했다는 이유다.
이런 데도 정부는 아직 '비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거 없는 '9월 위기설' 하나에 경제가 흔들렸던 한국이 아닌가. 세계적인 신용위기의 후폭풍이 거센 위력으로 뒤쫓아오고 있는데도 비상대책 없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답답하다. 정부는 지금의 변화가 경기 침체 정도의 약풍(弱風)이 아님을 명심하고 즉시 비상 경영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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