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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의 준PO 보기] 선 감독의 탁월한 타순 배치

어려운 경기였지만 1차전에 이어 선수 기용의 효과가 두드러진 경기였다.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결국 리드를 지켜낸 것은 선동열 감독의 용병술이었다.

야구는 선수들 스스로 어우러져 그려가는 그림과 같다. 감독은 미리 생각한 밑그림을 염두에 두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에 방향을 제시하는 교정 역할을 할 뿐이다. 정작 붓을 든 대상은 선수이고 언제 무슨 욕심으로 그림을 엉망으로 헝클어 트릴지는 모를 일이다.

해서 감독은 부여된 임무에 따른 순서를 정한다. 가장 선구안이 좋고 출루의 가능성이 높은 타자를 1번에 둔다. 1번이 실패할 경우 그 다음의 출루 가능성과 성공했을 경우 작전 수행 정도 및 진루타의 완수 능력, 더블 플레이의 저지 등을 감안해 2번을 점지한다.

이어 3번은 가장 정교한 타격 능력을 갖춘 선수, 4번은 단 한방에 타점을 올릴 결정력을 갖춘 선수로 배치한다. 실패할 경우를 감안해 5번은 차순위의 결정력을 갖춘 능력의 선수를 배치한다. 그러면 6번은? 상·하위 타선을 잇는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다.

1, 2차전을 통해 삼성은 2번(박석민)과 6번(박진만)의 정확한 배치로 원했던 그림을 그렸다. 선구안이 좋고 출루율은 높지만 손목이 좋지 않아 상황에 따라 연결 고리의 역할로 기용했던 박석민과 확률은 낮지만 경험이 많아 상황에 충실한 박진만을 6번에 배치했기 때문이었다.

안타는 없었지만 최형우를 5번에 배치한 것이나 신인이지만 파워가 뛰어난 채태인을 과감하게 7번에 둔 것도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보편적으로 큰 경기에서는 타선에 변화를 두지 않지만 준플레이오프에 임해 타선에 큰 변화를 준 선 감독의 절묘한 신·구 조화 작전은 정말 눈여겨볼 만하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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