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곤 아동 보금자리' 지역아동센터 운영난

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6학년 지원(가명·13·여)이는 오전 10시가 되면 동네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놀러간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지원이가 센터에 다닌 지는 6년째다. 방학 동안 점심과 저녁은 센터에서 해주는 밥을 먹는다. 방학 숙제나 뒤떨어진 과목 공부도 센터 선생님들이 봐준다. 함께 놀 친구도 많아 심심하지 않다. 센터는 지원이에게 제2의 집이다.

◆빈곤 아동 보금자리, '인건비에 허덕'=저소득 가정 아동·청소년들의 학습 도우미와 보육을 맡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센터 수 급증과 정부 보조금 부족 등으로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 등의 '공부방'으로 출현한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정부가 사회적 중요성을 인정,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복지시설이다.

그러나 센터 중 상당수는 부족한 운영비를 후원금으로 충당하거나 운영난에 시달리다 아예 문을 닫고 있다. 대구 아동센터 중 큰 규모에 속하는 서구 비산동 '꿈이 있는 집'에서 40명의 아동을 맡으면서 받는 정부 보조금(지자체 50% 부담)은 월 510만원. 급식지원비 270만원을 빼면 240만원이 고작인데 교사 4명의 월 인건비만 440만원이 든다. 여기에 월 600만원의 운영비까지 더하면 정부 보조금은 실제 예산에 턱없이 모자란다. 시설장 신혁수 목사는 "부족한 운영비는 교회 후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지역아동센터는 월 22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인건비와 후원금 제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통 시설장 1명과 생활복지사 2명이 운영하지만 '인건비로 60% 이상은 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인건비 몫으로 120만원 이상 책정할 수 없다. 후원금도 아동 1명당 최고 3만원에 묶여 있다. 한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자원봉사나 다름없다 보니 직원들의 교체율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북구 칠곡의 한 센터는 결국 문을 닫았다. 북구청 관계자는 "문 연 지 1년 만에 폐지 신고한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자체 복지예산 증액이 숙제=전국 아동센터는 2004년 895곳에서 지난해 2천810곳으로 4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대구의 경우 같은 기간 6곳에서 76곳으로 늘어 현재 2천여명의 아동·청소년들이 혜택을 보고 있으며 대기자까지 늘어선 곳도 많다.

이처럼 센터가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등록·설치가 비교적 쉽기 때문. 근린생활시설 내에 60㎡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고 1명 이상의 생활복지사만 두면 된다. 그러나 아동이 50명이 넘으면 영양사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50명 미만을 돌보고 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저소득 가정 자녀를 책임진다는 좋은 취지로 도입됐지만 센터 수가 계속 늘어나는데다 지자체 부담(50%)을 줄여달라는 요청까지 하고 있다. 예산 증액이 없으면 지원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센터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학원 보낼 능력이 안 되는데 센터는 밤 늦게까지 아이를 맡아주기 때문에 최고의 복지시설"이라며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민주당 백원우 의원 등이 '월 220만원에서 465만원으로 지원 금액을 인상한다'는 골자의 지역아동센터 지원금 인상안을 발의, 국회 예결소위까지 통과했지만 연말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해 올해도 센터의 어려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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