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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떡국 먹고 맛있는 잠 좋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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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우리 가족은 명절만 되면 진짜 산골짜기에 있는 할머니댁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댁 앞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데 시냇물이 온통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얼음판 위에서 노는 애들을 보며 '이 시냇물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거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형이랑 누나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고 애들이랑은 수준이 낮아서 못 놀겠다면서 텔레비전을 보곤 했는데, 쪼르르 가서 "엉아, 언니야(작은누나가 큰누나 부를 때 하는 것을 보고 나도 같이 불렀습니다.) 저 시냇물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는 거야?" 하고 물었죠. 산 어디쯤…. 셋은 애들 몰래 시냇물의 옹달샘(시작지점)을 찾으러 모험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유일한 식량인 가래떡을 검은 봉지에 가득 넣고 의기양양하게 출발했습니다.

시냇물을 따라 눈을 밟고, 얼음을 타고, 바위를 기어올라 서너 시간가량 올랐는데 가도 가도 끝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길은 점점 더 음침해지고 뱀이라도 나올 것 같았습니다. 가래떡은 이제 물려서 못 먹겠고, 목말라 시냇물을 맨손으로 떠먹었다. 손이 시려 꽁꽁 얼어 감각은 없어지고 그러다 셋이 주저앉아 울어버렸습니다. 울다가 둘러보니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안 되겠다 싶어서 물길을 따라 걸어 내려왔습니다. 다행히 길은 잃어버리지 않고 6시간 만에 집에 들어서는데 엄마 얼굴을 보자 울음이 터졌습니다. 명절 준비로 바빴던 엄마와 친척들은 우리들이 없어진 것도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들어온 우리는 온몸이 가려워 긁어대며 눈물 콧물 흘리며 모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와 친척분들은 웃으며 대신 몸을 긁어주기도 하셨고, 엄마는 따뜻한 떡국을 끓여주셨습니다. 나는 떡국 두 그릇을 먹고는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좋은 꿈을 꿨던 것 같습니다.

전병태(대구 서구 평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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