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남북간 충돌 가능성과 예방 외교

北 "전면대결태세" 예고된 수순/韓.美 국면 전환 카드 없어 불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 1월 1일 42번째 '세계 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특별담화를 내고, 빈곤 퇴치와 평화 건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담화는 "빈곤을 퇴치하는 것은 곧 평화를 건설하는 일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특히 "지나친 군비지출의 증가는 무기 경쟁을 가속화하고 저개발과 절망의 고립 지역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어서 역설적으로 불안과 긴장, 그리고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교황의 말씀은 오늘날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불안정과 빈곤 간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 더 눈길을 끈다. 북한이 핵 개발 비용을 비롯한 군사비 지출을 줄일 경우 이를 통해 절약된 자원은 북한 내 빈곤을 퇴치하고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절대 빈곤 상황은 우리의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나라가 옆에 붙어 사는 나라의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인접효과(neighboring effects)는 적지 않다고 한다. 이는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빈곤심화는 우리에 대한 안보위협으로 이어져 왔다. 또한 남북 간 군사적 대치와 대립의 심화는 곧 북한을 저개발과 절망의 고립지역으로 만들어왔다. 최근 만나본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의 내부 정세는 자못 심각하다. 많은 주민들은 이렇게 헐벗고 고단한 삶을 연명하느니 차라리 전쟁이라도 일어나서 모든 게 바뀌면 그래도 지금 이대로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절망 섞인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이런 민심을 모를 리가 없다. 흔들리는 민심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경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체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관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의 오바마 새 정부를 정권의 운명을 걸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상대로 보는 듯하다. 이는 북한이 오바마 정권의 4년 임기 내내 미국의 관심을 끌고, 또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17일 한국 정부에 대한 전면대결태세 진입을 선언하고, 외무성이 미국에 대해 先(선)대북 핵 위협 제거를 요구하는 발표를 한 점은 예고된 수순인 셈이다. 북한의 이 같은 강성발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3일 앞두고 나온 데서도 그들의 의도를 보여준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서해 우리 측 영해에 대한 (남한의) 침범행위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무장력은 이미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그대로 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들이 밝힌 '전면대결태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무력충돌로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태의연한 방식이긴 하지만 북한은 남한과 미국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군사적으로 위협해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미국 새 정부에 알리려 한 셈이다.

문제는 미국과 남한 모두 국면을 전환할 뾰족한 카드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두 나라는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국력을 집중하고 있고, 북한의 기대와는 다른 원칙적 입장들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12·1 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통행 제한 조치 등을 취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자 북한군의 실제 작전지휘기구인 인민군 총참모부까지 직접 나서 강경 성명을 내놓은 점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진전이 없을 경우 실제 군사적 충돌 발생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한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상대방이 먼저 양보하기를 요구하며 충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원칙 고수는 많은 희생과 비용을 치르는 충돌이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뒷받침될 때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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