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秦(진)나라의 법과 형벌은 가혹했다. 농민들은 만리장성 축조 등 과중한 노역에 동원되고 혹독한 法治(법치)에 시달리다 못해 반란을 일으켰고, 진나라는 결국 16년 만에 멸망한다.
이 가혹한 진나라 법의 기틀을 마련한 이가 法家(법가) 사상가인 商■(상앙)과 李斯(이사)다. 상앙은 널리 알려진 대로 진 효공이 죽은 뒤 반대파에 몰려 변방으로 달아나다 자기가 만든 법망에 걸려 사지를 찢는 거열형에 처해졌다. 이사 역시 환관 趙高(조고)의 모함을 받아 시장터에서 허리가 잘리는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司馬遷(사마천)은 史記(사기) 酷吏列傳(혹리열전)에서 "진나라 시절에는 천하의 법망이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였다. 그러나 백성들의 간교함과 거짓은 오히려 더욱 악랄하였다. 법에 걸리는 관리들과 법망에서 빠져나가려는 백성들의 환란이 구제할 수 없을 만큼 극에 달하자 결국 관리들은 책임을 회피하게 되었고, 백성들은 법망을 뚫어 망국의 지경에 이르렀다"며 진나라 법의 가혹함을 기록하고 있다.
'법치 정부' 이명박 정부가 그 덫에 걸렸다. 서울 용산 철거민 5명이 경찰 진압에 맞서다 경찰관 1명과 함께 '떼죽음'을 당했다. 철거민들이 화염병 투척 등으로 과격 시위를 일삼아 강경진압에 나섰다는 정부의 주장과 경찰의 무모한 진압이 '용산 참사'를 불렀다는 의견이 맞선다. 이 엄동설한에 철거를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대화와 설득도 없이 對(대)테러진압부대인 경찰특공대를 전격 투입한 연유는 무엇인가. 철거민들이 테러집단만큼 위험했을까.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 '촛불시위'에 혼겁이 난 뒤 '떼법 척결'과 법치를 유별나게 강조해 왔다. 이로 인한 조급증과 성급함이 이번 참사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마천은 "법령이 정치의 도구이긴 하나, 백성들의 선과 악, 맑음과 혼탁을 다스리는 근본 제도는 아니다"고 했다. 老子(노자)도 "법령이 밝게 정비될수록 도둑은 많아진다(法令滋章 盜賊多有)"고 했다. 법치만 강조하다간 진나라처럼 된다는 말이다.
이사와 동문수학하고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이사의 모함을 받아 죽으면서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이룬다"는 유언을 남겼다. 법을 버려야 덕을 얻고, 독선과 아집을 버려야 화평을 이루지 않겠는가. 이명박 정부에게 주는 苦言(고언)이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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