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그 병원 앞」/ 이윤학

목련이 피어 있다는 것만으로

그걸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

나는 얼마나 많은 신음 소릴 간직하고

있는 것인가

비오는 밤에

기적 소리는 뿌리치며 지나간다

그리고 형광등 불빛들

무엇인가 담고자 노력하는 유리 창문들

신음 소리만큼 긴 기도문을

들어본 적은 아직 없다

병원 앞이다. 비가 오고 있고 멀리서 기적 소리가 가끔씩 당신네들도 어서 일어나 기차를 타라고 환자들을 환기시킨다. 밤, 창문 밖에는 활짝 핀 목련, 목련은 흰 색으로 피어나서 사람들에게 병을 다시 생각게 한다. 그 병은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병이리라. 병원의 흰색은 따라서 스스로의 존재를 파악하려는 아픈 자로 인해 엄청나게 창백해져 있다.

목련은 기껏해야 누군가의 목이거나 소름끼쳐지거나 순결의 지시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 목련은 우리의 시선에 들어와서 아픈 소리를 내는 병의 지시대명사가 되었다. 존재라는 것은 그처럼 타인에게 삼투한다. 그것이 정신의 물질성이다. 목련은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가 병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리트머스지이다. 그 흑마술 때문에 누구라도 목련의 흰 색에 잠시 머무는 것,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벌써 우리는 병원의 정문을 통과하여 실험실과 방사선실, 또는 검사실을 지나쳤다. 그리하여 이미 유리 창문들은 존재에 대해, 심사숙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윤학의 수사란 모든 사물에 바치는 괴로움의 헌정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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