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낭소리'의 긴 울림…되살아난 '牛公逸話'

▲ 의로운 소 누렁이의 생전 모습.
▲ 의로운 소 누렁이의 생전 모습.

팔순 농부와 마흔살 소의 따뜻한 동행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인기에 힘입어 경북지역 '우공'(牛公)들의 의로운 행적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각박한 사회에 인정(人情) 이상의 우정(牛情)을 보인 상주의 '의로운소 누렁이'는 지난 2007년 1월 19세로 숨을 거뒀다. 당시 누렁이는 발인제에 이어 꽃상여를 타는 등 사람의 장례식과 똑같은 예우를 받으며 상주 사벌면 삼덕리 상주박물관 옆 산에 묻혔다. 누렁이의 무덤은 '의우총'으로 조성됐고, 그 행적은 향토 민속사료로 남았다.

누렁이는 이웃집 할머니(김보배·당시 85세)와 애틋한 정을 나눠 유명해졌다. 지난 1993년 5월 사흘 전 장례를 치른 할머니의 묘소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고,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문상을 했다. 당시 할머니의 유족들은 빈소를 찾은 누렁이에게 막걸리 2병과 두부 3모, 양배추 1포기, 배추 1단을 내놓고 일반 문상객처럼 대접했다. 이후 할머니보다 14년을 더 살았던 누렁이는 죽음을 앞두고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한번 핥고는 이내 숨을 거뒀다.

상주시는 죽은 누렁이를 박제해 그 모습을 보존하는 한편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최근 상주박물관 옆 누렁이 무덤을 '의우총'으로 말끔히 정비했다. 누렁이 이야기도 무덤 옆에 세운 비석에 새겨 상주답사여행의 필수코스로 활용할 계획이다.

구미 산동면 인덕리에 자리한 소 무덤 '의우총(義牛塚)'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소무덤의 주인공 또한 밭을 갈다 호랑이의 습격을 받은 주인을 사투 끝에 구하고,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식음을 전폐하고 뒤따라 죽은 의로운 소다. 경북도는 10여년 전 이 의우총의 봉분과 비석을 정비하고 의우도(義牛圖)를 화강암에 새겨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06호로 지정했다.

지난 주말 의우총을 찾은 경운대 사회체육학부 배찬경씨 등 10여명의 학생들은 "말 못하는 짐승들의 행적에 숙연해진다"며 "사람보다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이 소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주·이홍섭 기자 hslee@msnet.co.kr 구미·정창구기자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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