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피의 비밀]로스팅과 대류열

커피 로스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류를 이용한 볶음 방법이다. 음식 조리는 물론이고 통닭이나 빵을 구울 때도 대류열을 이용하게 된다. 고르게 잘 구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류는 자연 대류와 강제 대류로 구분한다. 자연 대류란 인공적이거나 동력을 가하지 않은 상태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대류현상을 말한다.

이런 대류현상은 '유체'(물이나 공기와 같은 물질)라고 하는 매개질이 있어야 나타날 수 있다. 즉 열을 받은 유체는 가벼워져 올라가게 되고, 차가운 유체는 아래로 내려가는 자연적인 이동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리에 쓰이는 것은 강제 대류의 형태로, 송풍기를 이용해 뜨거운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켜 그 열로 조리를 하게 된다.

커피가 발전된 유럽에서는 공장에서 40~50년 전부터 열풍식으로 커피를 로스팅하였다. 현재도 에소프레소 커피에 블랜딩하는 로브스타종의 커피는 특유의 좋지 못한 향과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열풍식(강제 대류식) 로스터로 커피를 볶고, 나중에 블랜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유럽에서 로브스타종 커피를 에소프레소 커피에 블랜딩하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원두의 수입 원가를 낮추기 위한 하나의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로스팅한 에소프레소 커피가 국내에서 만든 에소프레소 커피보다 맛이 더 있다고 원두를 아직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유에 지나지 않을 뿐 실상은 커피를 띄울 만큼의 풍압을 가진 송풍기를 소형화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현대 들어 공업의 발전은 이러한 숍로스터용 열풍식 커피로스터의 개발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열풍식 커피로스터의 풍미는 드럼식 로스터보다 우수한 편이며, 오래 보관해도 드럼식보다 풍미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열풍이 나오는 로스터기를 '열풍식'으로 명명하는데 열풍식 로스터는 전도나 복사열이 전혀 작용하지 않아야 진정한 '열풍식' 로스터라 할 수 있다. 열풍식으로 커피를 로스팅하는 방법은 커피의 콩에 따라 또 에스프레소용이냐, 드립식이냐에 따라 몇 가지가 있지만 구체적이고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전도와 대류열을 이용하는 드럼형 커피 로스터도 처음에는 직화열를 이용하다가 반열풍식 로스터로 진보해 왔으며, 독일의 프로바트 숍로스터 같은 경우도 직화와 대류열 중 점점 더 대류열량이 많은 쪽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유럽의 커피 학자들이 연구하고 실험한 데이터에 많이 나와 있음을 볼 수 있다.

항상 학문적으로는 먼저 기술이 진보하지만 실용화 단계는 늦어지는 것이다. 직화식이든 열풍식이든 반열풍식이든 좋은 생두를 이용해 제대로 볶는 기술을 가졌다면 멋진 맛의 커피를 얻을 수 있는 게 커피의 비밀이다.

이현석(에소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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