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여담女談] 이기는 법

타이거 우즈의 이기는 방법은 특별하다. 상대방이 자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와 경기하는 선수들은 아무리 흔들어도 끄떡 않는 그를 보며 질려 한다. 경쟁자가 치고 올라와도 우즈는 혼자 경기하듯 자신의 게임에만 집중한다. 이쯤 되면 상대방은 답답한 나머지 페이스를 잃고 헛손질을 시작한다. 스스로 무너져 버린다.

그의 '아우라'도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선수는 우즈와 게임도 하기 전에 미리 주눅 들어 있다. 어이없이 제풀에 나가떨어지고 만다. 우즈와 비견할 만한 선수들은 그를 멋지게 눌러보고 싶다는 욕심에 몸과 머리에 힘이 잔뜩 들어있다. 실수 연발이다. 우승컵을 그에게 갖다 바치는 꼴이다.

양용은 선수는 우즈를 물리쳤다. 어떻게 주눅들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양용은은 이렇게 대답했다. '져도 되니까. 그래서 제맘대로 쳤다'고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배짱으로 자신의 게임에 몰입했더니 이겼다는 것이다.

져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승리했다?. 여기에 이기는 법이 있다. 직장 생활도 가정 생활도 마찬가지다. 져도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자신의 일만 하면 이기는 길이 열리게 돼 있다. '그게 쉽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상대방을 누르거나 이기려고 하면 머리가 굳어지고 입이 떨리고 온몸이 긴장한다. 자연히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져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솟아나지 않는다. 타이밍도 놓친다. 이를 만회하려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되고 악수가 나오게 된다. 상대방보다 앞설 수 없다.

부부 관계도 자식 관계도 그렇다. 자식을 기어코 이기려는 부모는 결코 자식을 이길 수 없다. 아내를 기어코 꺾으려는 남편은 결코 아내를 꺾을 수 없다. 물론 지금 당장은 이기는 것처럼 보여도 먼 훗날 보면 이긴 게 아니다. 왜냐하면 이기려 하면 할수록 상대방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들을 쏟아내야 하고 억지를 부려야하기 때문이다. 또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장해제한다. 실수를 할 확률이 그 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 그가 날린 날카로운 말과 억지와 실수들은 훗날 그 몇 배의 크기로 그에게 되돌아오게 돼 있다. 결코 이긴 게 아니다. 그게 세상 사는 이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이기고 싶다면 이기려 하지 말라. 기분좋게 자신의 게임에만 몰두하면 그게 바로 이기는 법이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이렇게 한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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