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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書계의 로또' 훈민정음 해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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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주서 발견 후 "더 있을 것" 전국서 찾기 열풍

지난해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지난해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40년간 교편을 잡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K(62)씨는 올 초부터 전국의 고서점, 고가 등을 찾아다니는데 여념이 없다. 그가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이유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후 '더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부터다. 그는 "1940년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껏 한 권밖에 없다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60여년이 지나 또다시 발견되면서 요즘 고서적계에서는 해례본을 '로또'로 부르고 있다"며 "특히 6·25 당시 많은 사람이 모였던 영남권 지역에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고서적이 많다는 풍문까지 떠돌고 있다"고 했다.

C(55)씨도 고서적 공부에 푹 빠졌다. 전국의 고서점과 골동품상을 누비는가 하면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어딘지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해례본 찾기에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해례본을 찾으면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940년에 발견돼 현재 서울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 등을 풀이한 책으로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다. 관련자들은 이 해례본의 가치가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의 한 고서점 업주는 "요즘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해 묻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고서적을 연구하는 모임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고서점상 김모(61)씨는 "얼마전부터 내가 모르고 쌓아뒀던 가치 있는 책이 가게 안에 있나 해서 찾아보고 있다"며 "우리 가게에 역사적 가치가 엄청난 고서가 잠자고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라고 했다.

대구 남구에서 37년 동안 골동품과 고서적을 취급해온 김용팔(59)씨는 얼마 전 조선족에게 1천달러를 주고 구입한 도자기 얘기를 들려줬다. "중국 여행 중 한 조선족이 생계가 힘들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도자기를 1천달러에 사라고 했어요. 그땐 별 가치를 못 느꼈는데 귀국해 한 학자에게 보여줬더니 고려청자라고 하더군요." 그는 "특별하게 운이 좋아 큰 물건들이 진흙 속에서 발견될 때가 있지만 '해례본 발견' 같은 것은 일확천금을 꿈꾼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계명대 고문헌실 장인진 경북문화재 전문위원은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전란 등 국가적 재난을 상대적으로 덜 겪었고 6·25 당시에는 전쟁을 피해 많은 피란민이 모여있던 곳이라 역사적 가치가 큰 고서와 골동품이 산재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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