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국민경제의 뿌리 중소기업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사업체의 99.2%(302만개), 종업원수의 87.5%(1천88만명)를 차지하는 등 국민경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산업적으로는 대기업과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며 핵심 부품 및 소재를 조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이 올라가지 않고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중소기업은 자본'인원'설비'기술 측면에서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기술개발 능력 측면에서 연구원의 수, 능력, 경험이나 연구설비 등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반기 들어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서브프라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용한 비상조치들을 이제는 거둬들일 때가 되었다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주문하면서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축소하고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과감히 시장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식경제부도 "올해의 경제위기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이 어느 해보다 많이 이뤄졌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중소기업 지원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중소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고 특히 녹색기술 로드맵을 마련해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며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 대책을 수립해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따라야 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판매, 자금조달, 기술경쟁력 확보 등이지만 특히 중소기업 스스로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기술경쟁력 부분이다.

이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은 국가출연 연구기관이다. 많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대기업 위주의 연구를 선호하지만 정작 대기업은 자체 연구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핵심기술 개발을 국책기관에 의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 따라서 국책연구기관은 중소기업 위주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대기업 제품이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부품과 소재 그리고 장비, 자재조달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을 일류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활동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포스코가 시행하는 테크노파트너십 활동은 2006년 9월부터 포항에서 시작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모델로서 포스코,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텍의 박사급 전문인력 661명이 참여하는 77개의 기술자문단으로 구성돼 있다. 기술자문단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지역 중소기업의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에 대한 수준 높은 맞춤형 기술 컨설팅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 설비를 무상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뿐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시험분석도 지원하고 있다.

포항에서 시작한 테크노파트너십 활동은 2007년 광양지역까지 확대했다. 2009년 7월까지 (주)한수케미칼 등 총 77개사에 연인원 2천858명의 자문단을 통해 기술자문 1천470회, 시험분석 539건 등 다양한 기술컨설팅을 했다. 또 중소기업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술개발이 필요한 경우에는 '중소기업 공동연구제도'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근원적인 기술경쟁력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관련 있는 대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 단순한 산학연 협력체계를 통한 기술지원이 아니라 대학, 국책연구기관 및 대기업의 고급 기술인력들이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기술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상생협력모델을 위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할 때이다. 지역 기업의 경우 각 지역별로 테크노파크라든가 국책연구소 분소, 지자체가 운영하는 소규모 연구소가 만들어져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대학, 연구기관 및 대기업이 지원하는 다양한 지역 밀착형 중소기업 상생협력모델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국민경제의 뿌리'이며 '산업의 모세혈관'인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길이다.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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