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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칼럼] '벌써 9시 51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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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발루(Tuvalu).

남태평양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다. 인구래야 고작 1만여 명에 국토 면적은 26㎢. 피지 인근에 있는 아름다운 천혜(天惠)의 낙원이다. 그러나 투발루정부는 8년 전 국토 포기를 선언했다. 국민들은 너도나도 인근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 피지 등으로 이민을 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유는 지구 온난화.

제일 높은 산이래야 해발 4m의 언덕인 이 섬나라가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수도(首都)까지 침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코넛 나무는 땅속에서 소금기 많은 짠 바닷물이 솟아오르면서 말라죽기 시작하고 민물 식수(食水)는 고갈되고 있다. 사람이 살 수가 없으니 국토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웃나라, 호주나 피지는 투발루 국민들의 이민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만 몇 년 전에 겨우 75명을 받아줬을 뿐이다. 그것도 40세 이하의 노동력 있는 젊은 세대만 들어갔다. 한마디로 지구 난개발과 온난화가 아름답고 평화롭던 섬나라 하나를 거덜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나라가 사라지는 온난화의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인가. 국토 포기 선언까지는 아니라도 이미 위기는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세계 평균치보다 더 빠르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은 0.74℃, 그러나 우리는 2배가 넘는 1.5℃를 기록하고 있다. 농어업 등 생태계 환경 변화 가속도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소위 환경오염에 의한 지구의 생존 위기 정도를 나타낸다는 '환경위기시계'로 보면 한국은 벌써 밤 9시 51분(매우 불안 단계)이라는 발표가 나와 있다.

환경위기시계란 지구 환경 파괴에 의한 인류 멸망 시각을 밤 12시로 잡았을 때, 해당 국가의 환경 상태가 도달해 있는 위기 시각을 말한다. 밤 9시 51분이라면 '다 돼가는 나라'란 의미다. 93개국 환경 전문가 757명이 참여해 조사한 한국의 환경 위기 시각은 지난 2005년 밤 9시 29분에서, 2007년엔 9시 31분, 그리고 현재는 9시 51분으로 급속히 악화됐다.

반대로 세계의 위기시계는 9시 22분으로, 오히려 몇 년 전보다 11분이나 더 나아졌다. 우리만 세계 평균치보다 30분 가까이 더 빨리 종말의 시각에 다가가고 있다는 얘기다.

사과 주산지가 강원도로 북상하고 명태가 덜 잡히는 등 환경위기시계 초침을 빠르게 돌아가게 한 사단은 저절로 일어난 게 아니다. 무턱댄 도로 뚫기, 간척과 매립, 무슨 도시, 무슨 수도 개발 등 모두 다 우리 손으로 자초한 위기다. 올해 지적통계연보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밭은 20여 년 새 16.3%나 줄어든 대신 도로는 96%나 늘어났다. 서해안의 해안 길이도 40%나 짧아졌다. 온갖 개발로 해안선이 직선화됐기 때문이다. 임진강 하류에서 전남 해남 땅끝 마을까지 해안선 길이가 90년대 초 3천500㎞이던 것이 2천100㎞로 줄어든 것이다.(국립환경과학원)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무려 19조(兆) 원을 쏟아부어 건설한 13개의 고속도로도 예측 이용률을 제대로 맞춘 도로는 단 한 군데도 없다. 그야말로 마구잡이 난개발로 환경위기시계의 바늘만 종말의 시점으로 가까이 당겨 놓은 꼴이 됐다. 그런 상황에 새 정부마저 여기저기 고속도로를 또 뚫고 적자투성이 부실 공항 고속도 옆에 공항고속철을 다시 건설하겠단다.

길, 이제 당분간 그만 뚫어라! 훤히 뚫린 산골 관광 길도 먹고사는 게 힘들면 그림의 떡이다. 지금 나라 빚이 얼마인데 텅텅 빈 길 닦는 데 낭비성 예산을 계속 퍼붓겠다는 건가. 빠듯한 나라 재정을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경제개발 쪽부터 먼저 돌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길에 대해 남긴 명언이 있다.

'시골길 먼지 좀 나면 어때.'

나라의 근본부터 살찌우라는 국책사업의 완급(緩急)과 환경 위기를 깨우친 말이다 종말 위기 순간까지 2시간 9분밖에 안 남았다는 우리의 환경위기시계, 하루빨리 되돌려야 한다. '아시아의 투발루'가 되기 전에….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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