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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아들, 父子의 신종플루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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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버티다 두통 발열 심해져‥타미플루 이틀뒤 개구쟁이로

대학동창들과 오랜만에 모임을 갖고 귀가한 지난달 13일 밤. 밤이슬을 맞고 돌아온 탓인지 몸이 찌뿌드드했다. 아내의 눈총을 피해 잠자리에 들었다. 뒤척이는 소리에 깬 아내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12) 방에 가더니 급히 불렀다. 아이의 온몸에서 심한 열이 나 잠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밤새 젖은 수건으로 해열시키다가 '혹시 신종플루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이는 이튿날 오전부터 이마에 손을 대면 뜨거울 정도로 고열에 시달렸다. 기자도 가벼운 열과 기침이 나 회사를 결근했다. 가까운 동네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감기약 이틀분을 처방하고 "몸이 좋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오라"고 했다. 아이는 "신종플루에 걸리면 학교 쉬어도 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하루 정도 쉬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화를 불렀다. 감기약만 복용한 사흘째 아침 아이의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두통을 호소했다. 기자도 머리가 핑 돌 정도로 아팠다. 감기약을 먹어도 여전히 효과가 없었다. 아이의 학교와 기자의 직장에 연락해 하루를 더 쉬기로 했다. 교사인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임시휴업 상태였다. 마침 TV 뉴스에서는 20대 여성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덜컥 불안감이 밀려왔다.

동이 트자마자 아이와 함께 다른 병원을 찾았다. 간이검사를 통해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판명받아 발병 나흘 만에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 기자는 아이가 신종플루 증상이 있기 때문에 검사 없이 처방을 받았다. 아이 검사비(3만원), 진료비(3천500원), 약값(1천500원) 등 4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처방은 받았지만 확진 판정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약은 언제부터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대구 수성구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담당자는 "타미플루는 증세가 나타난 후 48시간 이내에 먹는 게 효과적"이라며 "확진 전이라도 의사 판단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따로 확진 판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처방을 받은 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학교와 직장에 연락, 7일간 집에서 격리 치료를 시작했다. 평소 약한 아내가 걱정돼 아들과 기자는 마스크를 쓰고, 수건을 따로 쓰고, 각자 방에서 자는 등 격리 조치를 했다. 수저와 밥그릇도 따로 사용하면서 위생관리를 철저히 했다. 평소 손을 자주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아이에게 주의를 줬다. 하루 오전·오후 2차례씩 타미플루를 복용하자 증세가 나아졌다. 아이는 복용 이틀 후에는 뛰어다닐 정도로 멀쩡해졌다. 아이와 달리 기자는 가벼운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기자와 아이는 5일간 하루 두 차례 타미플루를 복용하면서 증세가 나아졌다. 의사의 권고에 따라 이틀을 더 쉬고 난 후 직장으로 출근했다. 아이는 하루 더 집에서 쉰 후 학교에 보냈다. 적절한 격리조치를 취한 덕에 아내는 전염되지 않았고, 우리 가족은 신종플루와 작별했다.

기자와 아이를 진료한 조해정 새소망내과 원장은 "신종플루는 제때 약을 복용하고 휴식을 취하면 쉽게 낫는 병"이라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출근 또는 등교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동네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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