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난지 하루도 되기 전에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입시기관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수능일 저녁이나 이튿날 오전 채점을 해본 수험생들은 영역별 원점수 등락이나 표준점수 예상치, 등급 컷 등의 자료가 나올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다음 차례는 입시기관들이 원점수 총점 기준 지원기준표, 즉 배치표를 제작해 발표하는 단계. 수험생들은 여기에 맞춰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학과 합격 가능성을 점치며 입시 전략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실제 수능 성적이 발표될 때까지 무수히 쏟아질 자료들은 모두 수험생들이 자기채점한 원점수에 의존한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수능 성적 발표 후 나오는 자료들이 신뢰할 만하고 실제 지원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지금 제시되는 자료들을 지나치게 믿지 말고 자신의 입시 전략의 큰 틀을 짜는 데 참고자료로 삼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대구 수험생의 가채점 결과에서 출발하라
대구진학지도협의회는 13일 밤 대구 수험생 2만6천75명이 가채점해 학교에 제출한 결과를 집계, 영역별 평균 점수 등락과 총점 변화 정도를 발표했다. 입시기관들이 수능시험 당일 자체 판단을 근거로 제시한 영역별 난이도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입시기관들은 대부분 외국어영역의 난이도가 높아 점수 하락이 크고, 언어와 과학탐구도 점수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대구 수험생들이 가채점한 결과 외국어 하락 폭은 3.5점 정도이고 나머지 영역은 모두 평균점이 상승했다. 대구 수험생들이 전국 평균에 비해 다소 실력이 낫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런데 13일 오전부터 입시기관들이 가채점 결과라며 발표한 점수와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수험생 개개인이 제출한 가채점 결과의 신뢰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수험생들은 가채점 결과를 담임 교사에게 제출했지만 입시기관들은 거의 모든 결과를 온라인으로 받았다. 어느 쪽이 실제 결과와 가까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일단 대구 수험생들의 가채점 집계 결과를 기준으로 성적 발표 때까지 입시 전략을 세워 실천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시기관의 발표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온라인에 떠도는 갖가지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지원 기준은 넓게 잡아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답안지를 채점해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수험생들이 대학 지원의 근거로 삼을 만한 잣대는 사실상 없다. 가집계한 원점수 자체가 불확실한 데다 실제 대학 지원에는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급을 활용하기 때문에 원점수 기준 자료의 불확실성은 더욱 크다.
그렇다고 성적 발표 때까지 막연히 기다릴 수는 없다. 당장 수시2차 전형에 응시해야 할지, 수시에 조건부 합격했는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걸려 떨어지는 건 아닌지 등을 판단해야 하고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의 범위도 잡아야 한다. 결국 불확실한 원점수 기준 배치표라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수험생들이 배치표를 어떻게 봐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배치표에 나온 점수보다 아래 위로 10점 정도는 벌려서 지원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대산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원하는 학과의 지원 가능 점수보다 위에 있다고 안심해서도, 밑에 있다고 낙심해서도 안 된다"며 "온라인에 가채점 점수를 입력해 합격 가능성을 점쳐보는 서비스가 인기지만 이 역시 수험생들의 초조함을 이용하는 상술로 여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열심히 준비해서 깊이 상담하라
대구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수험생들이 상담서비스를 쉽게, 무료로 받을 여지가 크다. 고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재수종합반 학원들이 경쟁적으로 상담을 해 주기 때문에 굳이 유료 상담을 찾아다닐 이유가 없다.
쉽게 상담할 수 있다고 무턱대고 상담 창구를 두드리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준비 없이 갔다가는 교사나 강사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올 뿐 자신이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리는 데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수험생들은 일단 수능 가채점 점수와 학생부 성적 등 자신의 전형 요소를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 모집단위의 구체적인 전형 방법도 충분히 이해해둬야 한다. 배치표상 합격 가능성이 있는 학과가 과연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와 맞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열심히 준비한 뒤 상담을 시작하면 상담자는 불필요한 데 시간을 뺏기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이 원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더 꼼꼼하게 살펴줄 수 있다. 궁금한 점은 반드시 그때그때 질문해서 상담 뒤에 의문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곳에서 들은 조언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상담자를 만나면 즉시 근거를 물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송원학원 이영덕 진학지도실장은 "여러 곳에 상담을 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신뢰할 만한 입시기관 3, 4곳의 자료를 충분히 비교, 분석한 뒤 구체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낫다"며 "자신의 학생부 성적이나 수능 점수, 기타 전형요소는 물론 지원할 대학의 전형방법도 파악한 뒤 상담을 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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