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오늘, 미국 뉴욕항에서 25세 여성이 작은 옷가방 두 개를 들고 런던행 기선에 올랐다. 죠셉 풀리쳐가 운영하는 뉴욕 월드 신문의 넬리 블라이(1864~1922) 기자였다.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온 경로를 따라 런던~프랑스~수에즈 운하~말레이시아~홍콩~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뉴욕을 횡단했다. 여행 중 보낸 기사가 실린 '뉴욕 월드'는 불티나듯 팔렸다. 걸린 시간은 72일 6시간 11분. 뉴욕에 돌아오니 유명인사가 돼 있었다. 그러나 신문사가 약속한 보너스를 주지 않아 사표까지 내는 해프닝을 빚었다.
16세 때 피츠버그 디스패치 신문에 성차별적 칼럼에 대해 항의 서한을 보냈다가 재능을 알아본 편집자에 의해 기자가 됐다. 여성 노동자의 비참한 삶에 관한 기사를 자주 썼지만 신문사는 패션, 정원 가꾸기, 요리 기사를 주문해 마찰이 잦았다. 뉴욕 월드로 옮겨 '스타 기자'가 됐다. 정신병동에 10일간 잠입 취재한 기사로 미국의 열악한 의료시스템을 바꿨다. 언론학 교과서는 이 기사를 최초의 '탐사보도'로 기록하고 있다. 31세 때 71세의 백만장자와 결혼, 기업 경영자로 나섰다가 파산한 후 언론계에 복귀했지만 예전만 못했다. 여기자의 전설이었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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