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거운 책 읽기]또 다른 아들(도릿 오르가드/검둥소)

아들을 잃은 여인들이 뿌리는 화해의 씨앗

'딸들이 성장한 뒤 결혼해서 집을 떠난 후에 집에는 어린 아들 하임만 남게 되었다. 그는 홀로 있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 주었고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선생님들은 그에게 훌륭한 미래를 예언했다. 가끔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이런 아들을 얻는 축복을 받게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과연 자신이 편안하고 활달한 성격에다 많은 재능을 갖추고 게다가 헌신적이기까지 한 아들이 선사하는 커다란 행복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남편을 잃고 일찍이 홀로 된 미리암 로젠. 그녀는 집을 세주어 버는 돈으로 세 아이를 키웠다.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다. 부지런하고 깔끔하며 지혜로운 그녀는 집을 늘 청결하게 했고, 세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결혼해서 집을 떠난 두 딸 외에, 누구나 그의 밝은 미래를 예견해마지 않는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었다. 그는 거의 천재였고, 어머니에게 다정한 아들이기까지 했다. 그 아들 하임은 어머니의 삶의 기쁨이자 희망이었다.

그런데 대학 일학년이던 어느 날 하임의 가장 절친한 친구 스룰릭이 전쟁터에서 크게 부상을 당해 돌아온다. 스룰릭은 눈을 잃었고, 친구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애초 군대에 갈 마음이 없었던 하임은 친구의 일로 크게 자극을 받아 전투병으로 입대하게 되고,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전쟁에서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스라엘 여인 미리암 로젠은 아랍인들을 제 손으로 죽이고야 말겠다고 고함을 지르며 거리를 뛰어다니고 머리를 시멘트 바닥에 쿵쿵 찧어 피를 흘린다. 이웃들은 처음에는 가엾게 여기지만, 여인의 광기어린 행동이 그치지 않자 조금씩 멀리 하게 된다.

결혼한 두 딸은 각각 아들을 낳아 죽은 삼촌의 이름을 따 하임이라는 이름을 짓지만,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세 들어 살던 사람들도 집주인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하나 둘 떠나고 텅 빈 집을 지키며 그녀는 십년 이상의 세월을 홀로 살게 된다.

또 다른 청년 하미드는 의과대학에 입학해 텔아비브에서 셋방을 구하려고 하지만, 아무도 아랍 청년에게 방을 세주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만한 잘생긴 외모에 친절하기까지 한 하미드가 아랍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 거부당하는 것이다. 의과대학에 입학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하미드는 좁은 땅에서 벌어지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쟁이라든가 두 나라 사람들의 끝없는 증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부과한 높은 사명, 훌륭한 의사가 되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자신의 목표에만 충실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그는 가까스로 어떤 미친 노파의 집에 방을 구하게 된다.

머리가 온통 헝클어지고 찢어진 옷을 입은 노파는 널찍하고 깨끗한 방으로 하미드를 이끈다. 학기는 시작되려고 하는데 방을 구하지 못해 지친 하미드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노파가 누군가를 위해 준비해둔 것 같은 방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노파는 하미드를 자꾸만 하임이라고 부른다. 환각 속을 끊임없이 헤매는 미리암 로젠과 그녀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되는 하미드. 둘의 기묘한 동거가 한동안 계속된다.

한편 하미드의 큰어머니 아지자도 큰 아들을 전쟁에서 잃는다. 하미드를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여인은 몇날며칠 흐느끼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한다. 그 과정에서 이상하게도 미리암 로젠의 잃어버린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제2차 중동전쟁이라고 불리는 1956년 시나이 전쟁과 그 후의 6일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전쟁으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어머니의 슬픔을 통해 분쟁으로 얼룩진 두 나라의 영혼의 화해를 모색한다.

1936년 독일에서 태어나 어려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저자 도릿 오르가드는 유대인 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며 텔아비브에 있는 바르 일란대학교에서 유대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60권의 책을 썼으며, 주로 청소년 관련 소설을 쓰고 있다.

신 남 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