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사하는 사람들]최상인 어린이재단 대구지역 후원회장

개별 후원금만 6억원…부도 위기에도 계속

"제가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큼 좋은 일을 많이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상은 기쁨인 동시에 부담입니다. 채찍으로 알고 더 많은 봉사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상인(59'세운물산 대표'사진) 어린이재단 대구지역 후원회장은 31년 동안 불우아동을 도운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달 25일 제21회 아산상 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매년 추천과 현지조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아산상은 사회복지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어려운 아이들 돕기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것은 순탄치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무관하지 않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읜 뒤 가정형편이 어려워 청소년기에 방황을 많이 했다. 흔들리던 그의 마음을 잡은 것은 헌신적으로 자식 뒷바라지를 해 주던 어머니였다. 말썽만 피우는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과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철이 들면서 마음을 잡았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던 최 회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청소년기에 사회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자칫 하면 나쁜 길로 빠집니다.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올바르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독일인으로 한센병환자 자립기관인 릴리회를 이끌고 있는 분을 만난 뒤 행동에 옮겼습니다. 외국 사람도 우리나라 사람을 돕는데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워 후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월급을 쪼개 릴리회뿐 아니라 한국SOS어린이마을, 요한바오로2세 어린이집 등에 후원금을 보냈다. 1983년에는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 후원회에도 가입했다.

1987년 직장생활을 접고 농기계 램프를 생산하는 세운물산을 설립하면서 최 회장의 후원 활동은 더욱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세운'은 '세우다'라는 우리말의 준말. '내실있는 기업경영과 기업을 통한 사회 환원'이라는 자신의 뜻을 세워보기 위해 직접 지은 이름이다. 대구 원대오거리 인근에서 직원 2, 3명으로 시작한 세운물산(칠곡군 가산면)은 지금 연 매출 40여억원, 종업원 30여명의 번듯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어려운 시기도 만나는 법. 몇차례 부도 위기를 맞았지만 후원은 멈추지 않았다.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는 아이들의 얼굴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 그는 기업이 망하면 사회봉사 활동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어려울 때 더욱 억척같이 일을 했다.

"봉사활동을 하면 제가 기여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받습니다. 사람들의 격려와 염원, 기원 등 보이지 않는 힘이 제게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주변사람들 덕분입니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단체활동을 통해 기부한 금액 외에 개인적으로 후원한 금액만 5억~6억원에 이른다. 남을 돕는데는 한없이 후하지만 정작 자신은 검소한 생활을 한다. 건실한 중소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이지만 20년째 달서구 본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구지검 범죄예방갱생보호분과 부회장으로 청소년 선도와 출소자들 합동결혼식도 주선하고 있는 최 회장은 두 가지(사업가, 사회봉사자) 꿈을 갖고 있다. "저의 회사에는 장기근속 직원이 많습니다. 지금보다 매출을 조금 더 올려 오랫동안 고생해 온 직원들에게 좀 더 나은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 사업가로서의 목표입니다. 자원봉사자로서는 지금처럼 꾸준히 남을 돕는 것입니다. 힘이 닿는 날까지 봉사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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