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약은 부르는 게 값"…가격표시제 입법후 시행 않아

'농약에는 적정가격이 없다.'

농민들이 농약에 소비자 권장가격이 없어 '판매업소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농약의 공장도 가격과 소비자가격이 얼마인지 농민들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연간 200만~300만원씩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2004년 12월 농약가격 표시제 시행법을 제정하고도 시행하지 않아, 농민들에게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기고 있다.

◆천차만별 농약값

칠곡 북삼읍에서 과수농사를 짓는 이상한씨는 "100원짜리 과자도 소비자가격이 있는데, 수백만 농민이 사용하는 농약은 가격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역마다, 업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농협에서도 가격이 제각각이라 농민들은 달라는 대로 값을 치르고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농민 이형석씨는 "시·군마다, 또 판매처마다 농약값이 다르다 보니 같은 농약 한병을 몇 천원에서 몇 만원씩 더 주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실제 칠곡 북삼농협이 7천600원에 파는 나방류 방제약제 '팔콘'은 성주능금농협에서 8천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살충제 선충탄은 칠곡 왜관농협에서 3만7천원에 팔리지만 칠곡 북삼농협에서는 3만9천500원에 판매된다.

한 농민은 "과수농을 위한 능금농협이 일반 농약점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농약값 제각각 원인은

농약값이 제각각인 것은 ▷농약 제조사의 난립 ▷무질서한 유통방식 ▷정부의 농약가격표시제 외면 때문이다.

난립한 영세 제조업체들이 폐업 때나 재고 해소를 위해 덤핑판매를 해 유통질서를 깨고 있다는 것이다. 영세업체들은 농민단체나 작목반에 가격 덤핑으로 무자료 거래를 하고 있다. 특히 영양제, 살균제 등 원예용 농약의 거래질서가 더 문란하다고 농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농약회사에서 장려금(리베이트)을 내걸고 대리점 간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농약 유통을 복마전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농협의 경우 중앙회에서 가격을 예시할 경우 시·군의 지역농협이 비슷한 값으로 농약을 판매해야 하지만 총대리점 등을 통한 덤핑의 여지가 있다. 도매가격이 중앙회의 권장가격 이하일 경우에는 도매상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농민 이상한씨는 "몇해 전 '농약가격 표시제'를 요구하는 제도개선 과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제기했고, 2004년 12월 농약가격 표시제 시행법을 제정해 이를 시행할 것이라는 정부의 회신까지 받았으나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책 마련 시급

이성만 전 칠곡과수발전연구회장은 "능금농협의 경우 조합별로 사업 실적에 따라 농약값을 달리 한다"며 "사람 봐가며 값을 매기는 데다 농약 이름까지 자주 변경하는 바람에 혼란스럽다"고 했다.

농민들은 농약에 소비자가격을 명시해서 제조업체의 난립과 판매업소의 부당 이득을 줄이고 농민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농약 가격도 제조사와 농약 전문가, 농민 대표 등의 협의를 거쳐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농약가격 표시제를 시행토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농약값이 크게 오른 지난해부터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지도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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