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연기자 변신 알/렉/스

드라마 연기 푹 빠졌어요

금방이라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며 올리브 오일로 적신 파스타를 만들어줄 것만 같은 남자. 그룹 '클래지콰이'의 가수 알렉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캐나다에서 자란 이민 1.5세라는 배경과 요리사 출신이라는 이색 이력, 2008년 출연한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는 대중들이 떠올리는 알렉스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알렉스는 올리브 오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느끼하지도 않고, 한없이 빠져들 것처럼 감미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20대에 질주하다 넘어져 본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알찬 30대를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이었다.

최근 그는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를 통해 연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그가 맡은 김산 역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레스토랑 '라페스타'에서 매일 식사를 하며 보조요리사 서유경(공효진)에게 능수능란하게 작업을 거는 인물. 요리, 노래, 예능에 이어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그를 만났다. 밤샘 촬영에 연이은 인터뷰 때문에 입술이 터지고 지쳐보였지만 눈빛만은 반짝였다.

▶첫 지상파 드라마 출연인데 소감은?

-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다. (웃음)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고, 그 모습을 TV로 지켜봐야 하는 게 적응되지 않는다. 또 촬영 당시에는 '이렇게 찍어야지'라고 마음먹었던 장면이 TV에서 보면 그 느낌이 아닐 때, 참 속상하다.

▶지난 2007년 출연했던 MBC 에브리원의 '연애의 목적' 때도 그렇고 연기가 수준급인데.

- 하하, 다행히 극 중 김산 역이 내 실제 성격과 매우 비슷하다. 특히 얄미운 말투가 나와 흡사하다고 하더라. 함께 드라마를 찍는 선균이 형(이선균)은 내가 나오는 신을 찍을 때마다 '쟤, 참 얄밉다'라고 한마디씩 던지곤 한다.

어쨌든 지금이야 연기가 제법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만약 2~3개 작품을 더 했을 때도 그런 말을 들으면 큰일나지 않겠나. 그리고 나는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것, 이제 막 발을 담근 사람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경쟁작 KBS 2TV '공부의 신' 때문에 알렉스의 연기가 묻히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

-'공부의 신'은 타깃을 확실하게 잘 잡은 것 같다. 우리 작품은 기획의도가 분명한 드라마다. 주변에서도 재미있게 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무엇보다 극 중 등장하는 '거위의 간' 같은 소재들이 화제를 모으는 것을 보면 드라마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률은 수치에 불과할 뿐이니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능에 이어 드라마 도전이다. 일부 클래지콰이의 열성 팬들은 알렉스의 잦은 외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각도 있다.

- 글쎄. 나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까지 하고 싶은 음악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단순히 TV에 많이 나온다고 음악인이 아니라고 볼 순 없다. 그런 시각이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있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탤런트 신애와 함께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는 알렉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았지만 때로 방송인, 예능인 이미지를 강화시키기도 했다. 혹시 출연을 후회한 적 있나?

- 전혀 없다. 나는 클래지콰이가 매번 훌륭한 음악을 뿜어내고 내가 하고 싶었던 솔로 앨범에 여러 가지 장르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한 풍족한 생활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음악인들에게 경제관념은 중요한 것이다. 헝그리한 생활을 해서 좋은 음악이 나올 수도 있지만 굳이 자해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내게 기본적인 삶의 기반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 내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시장을 넓혀주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로 인해 이미지가 굳어지는 경향도 있지 않았나.

- 하하, 이제 대한민국에서 '알렉스'라는 이름은 내 이름이 아니라 하나의 대명사가 된 것 같다. 여자들에게는 로맨틱함의 기준이지만 남자들에게는 재수 없는 공공의 적? 나도 주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TV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다소 예민하면서도 완벽주의자처럼 느껴진다.

- 완벽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로 속상하고 울고 싶어도 혼자 벽치고 화내는 부류? 용산에서 게임기를 사도 한 군데만 이용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단골집은 한 곳, 헤어숍도 안 바꾼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다.

시청자들은 TV에서 노래 부르고 사진 찍고 요리하는 모습으로 알렉스를 판단하겠지만 사실 나는 악착같이 살아왔다. 처음 한국에 왔던 20세, 빨리 가정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30인분 밥은 해도 1, 2인분 밥은 못한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 요리를 배운 사람이다.

▶어쨌든 알렉스는 도전하는 것마다 다 잘돼는 것 같다. 음악이면 음악, 예능이면 예능, 이번 드라마도 성적이 꽤 좋지 않나.

- 질주하고 넘어져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차례 경험을 통해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통달했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을 판단하는 능력이 늘었다. 지금 출연 중인 '파스타' 현장은 배울 게 너무 많은 곳이다. 일단 재밌다. 안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상반기 출발이 좋았다. 올 한 해 목표가 있다면?

-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실 열심히 사는 사람한테 그만한 칭찬이 어디 있나. 기회가 된다면 라디오 DJ도 계속 하고 싶다. 라디오는 솔직한 매체라 내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그 때문에 생각도 깊어지고 공부도 더욱 많이 하게 된다. 이왕이면 오랫동안 DJ를 맡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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