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교를 이해 하려면 뿌리부터 알아야죠"

경전 번역 통해 '초기불교' 알리는 각묵 스님

'빠알리어'로 된 불교 경전 번역에 매진해온 각묵 스님이 자신이 번역한 경전들을 쌓아놓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한국 불교는 중국의 영향으로 수천 년간 간화선(看話禪'화두를 의심하며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법) 위주로 흘렀다. 경전을 참고해 화두에 전념하면 깨달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 때문에 경전의 중요성이 간과된 측면이 많다. 하지만 불교는 두말할 나위 없이 부처님의 말씀이 우선돼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경전의 이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불교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이자 실상사 화엄학림 교수사인 각묵 스님은 수십 년간 '초기불교' 알리미 역할을 해왔다. 부처님이 사용했던 '빠알리어'로 된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를 발로 뛰면서 초기불교와 관련한 강좌를 열고 있다. 대구에서도 보현사와 대구불교대학에서 초기불교 관련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최근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는 것을 느껴요. 제가 맡는 강좌는 대부분 정원이 다 차죠. 특히 젊은 스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에요."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이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지금은 뿌리를 내렸다고 했다. 그만큼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이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불교의 뿌리이자 시작이 초기불교이고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듯이 뿌리를 모르고 불교를 연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더욱이 일반인뿐 아니라 승려까지도 불교라 하면 난해하다고 느끼는 것도 초기불교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초기불교는 명쾌해요. 초기불교는 합리성과 체계성에 바탕을 두고 있고 매우 분석적이죠. 이는 수학을 토대로 하는 현대과학과 방법 면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죠."

물질에는 고유성질을 가진 원자를 기본으로 하듯이 경전도 법을 근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초기불교에서는 정신구조를 법으로 분석하고 해체한다. 인간의 마음이 모두 52가지라고 분류하고 각각의 정의와 이들 간의 연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초기불교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불교의 최고 목표인 열반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는지를 분석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스님은 세계의 불교 흐름도 초기불교가 대세라고 했다. 미국 불교의 과반수가 초기불교이며 특히 세계에 초기불교를 퍼트린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유대인들이라는 것. "우리나라 불교는 세계 흐름에 뒤처져 있죠. 중국으로 대표되는 북방불교의 영향으로 경전 번역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초기불교를 공부하려는 이들이 외국에서 영어로 된 경전들을 사는 실정이죠. 또한 더 이상 한자로 돼 있거나 한자를 번역한 경전으로는 한글세대인 젊은층에 불교가 다가갈 수 없어요." 그런 이유로 각묵 스님은 원전 번역에 매진해왔다.

스님은 1979년 사미계를 받고 여러 선방을 다니며 치열하게 수행했다. 출가 전 대학 시절부터 초기불교에 관심이 많았다는 스님은 초창기 항상 글망에 법정 스님의 '숫타니파타'를 넣고 다니면서 수십 차례 읽었다. 스님은 1989년 인도로 유학을 떠나 10여 년간 수학했다. 그곳에서 스님은 고대 인도 성전인 '베다'를 전공하는 등 박사과정을 마쳤다. 인도 유학 시절부터 경전 번역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스님은 초기불교의 역사적 근거인 4부에 이르는 니까야를 모두 번역했다. 스님은 하루에 10시간 넘는 번역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피로와 스트레스로 뇌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불교 경전을 번역하는 작업은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가 투자되는 일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불교는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부흥기를 맞고 있어요. 반면 한국 불교는 다소 침체해 있는데 한국 불교가 중흥을 맞으려면 원전에 기초한 체계적인 한글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의 목표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60여 권에 이르는 불교 경전을 모두 번역하는 것이죠."

[TIP] 보현사(대구 중구 남산2동)는 매주 금요일 각묵 스님을 초청해 초기불교 공부 및 수행 체험을 열고 있다.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부처님 설법의 내용인 삼장을 토대로 한 초기불교 개론을 들을 수 있는 '초기불교 이해',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는 몸과 마음들을 깊은 지혜로 꿰뚫어 분석 정리한 '아비담마 길라잡이(논장)' 강좌가 열린다. 053)431-5400. 대구불교대학(중구 남산2동)에서도 매주 수요일 각묵 스님의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오후 2시와 오후 7시 2시간씩 초기경전 강좌가 진행된다. 053)255-4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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