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죄 없는 러브버그들 학살당해" 동물보호운동가, 알고 보니

AFP 검증 결과 "실제 존재하지 않아"…SNS에 가짜 사진 확산

SNS 캡처
SNS 캡처

"지금 이 순간에도 죄 없는 러브버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SNS를 통해 확산된 한 동물보호운동가의 외침이 여론의 관심을 끌었으나, 사실 이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 가짜 인물로 밝혀졌다.

최근 트위터(X)와 인스타그램 등 다수의 SNS 플랫폼에는 '고기영'이라는 이름의 동물보호운동가 인터뷰 장면과 행동을 담은 사진 두 장이 공유됐다. 사진 속 인물은 러브버그(Lovebug)의 생명권을 강조하며 "학살을 멈추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주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또 다른 사진에서는 같은 인물이 러브버그들이 몸에 달라붙자 격한 반응을 보이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함께 올라왔다.

두 장의 상반된 사진은 곧 온라인상에서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번졌다. 한 이용자는 "러브버그를 보호하자더니 결국 자기 몸에 붙으니 욕을 한다"며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예성강 핵폐수 방사능 유출에 대해선 왜 침묵하느냐"며 운동가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국제통신사 AFP는 7일 해당 사진에 대한 팩트체킹 결과를 공개했다. AFP에 따르면 두 장의 사진 모두 실제 촬영된 것이 아닌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이미지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사진 속 인물 '고기영' 역시 실존 인물이 아닌 AI가 창조한 가상의 인물이었다.

AFP는 구글의 이미지 역검색 기능을 통해 해당 사진들의 최초 게시자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이미지는 '릴 도지(Lil Doge)'라는 사용자가 처음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릴 도지는 SNS에서 AI를 활용해 풍자 이미지나 허구의 인물을 제작하는 활동을 해온 인물로, 원래 게시글에는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AI가 만든 이미지"라는 설명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이미지들이 SNS상에서 재공유되는 과정에서 원 출처와 설명은 빠지고, 마치 실제 인물과 사건인 것처럼 소비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AFP는 해당 이미지 속 인물의 손가락 개수가 다섯 개를 초과하거나 해부학적으로 어색한 표현들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AI 생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이미지 생성 기술의 발달로 인해 외견상 실제처럼 보이더라도 세밀한 관찰을 통해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SNS상에서 사실 여부 확인 없이 콘텐츠가 소비되고 확산되는 구조의 위험성을 다시금 드러낸 셈이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실처럼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가 여론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해당 이미지들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여전히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이용자들은 여전히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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