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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익사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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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일상보다 재미있다. 흥미로운 서사가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며, 실재하기 힘든, 때때로 실재할 수도 없는 환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일상에는 영웅도, 뚜렷한 명분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도 없다. 영화는 늘 새로운 장소를 보여주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일상에서는 그렇고 그런 날들이 이어진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어제 갔던 장소에 오늘 또 가야 하고, 오늘 머물렀던 장소에 내일 또 머물러야 한다. 어제 만났던 사람을 오늘도 내일도 만나고, 한마디 대화도 없이 어제 먹었던 밥을 오늘도 꾸역꾸역 먹는다.

철학은 삶의 방향성, 즉 가치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철학은 고귀하다. 역사는 이미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한다. 해서 비록 눈물겨운 참상이라고 할지라도 지나간 일이니 견딜 수 있다. 소설은 일어날 법한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건이 사건을 부르고, 그 사건의 여파로 어떤 결과가 발생한다. 비록 비극적이라고 할지라도 문학이 납득 가능한 까닭은 그 필연성 때문이다. 적어도 뜬금없거나 억울하지는 않은 것이다.

일상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먼 미래에서 본다면 '추억'이라도 될 수 있고, 문학 속으로 옮긴다면 낭만적이기라도 하고, 하다못해 납득 가능하기라도 할 테지만, 현실에서는 온갖 잡동사니 같은 사건들이 아무런 인과 없이 발생한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찌질'하고, 그들이 눈물을 찍어 바르며 들먹이는 사연 역시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다. 백번 양보해도 충분히 지루하고, 짜증을 낼 만도 하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극장에서 영웅이 나타나 정의를 세우고, 절세미인이 웃는 얼굴로 다가와 향기로운 술을 따른다고 할지라도 극장 바깥에는 여전히 도둑이 날뛰고, 온갖 군상들이 울음을 터뜨린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량 폭포에 놀러 갔다가 물고기보다 수영을 더 잘하는 기인을 만났다. 공자가 "대체 무슨 도를 터득했기에 그렇게 수영을 잘하는가?"라고 묻자, 기인은 "도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도야. 난 그저 물길을 따를 뿐이다"고 면박을 주었다.

일상의 남루함을 견디는 근본적인 힘은 문학도 영화도 철학도 아니다. 지긋지긋한 일상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 그 출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평생을 헤엄치면서도 결코 익사하지 않는 생활인의 수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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