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주자 인물 탐구] <2>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다시 한번 脫권위주의" 주장하는 '노무현 적통'

2003년부터 5년 간 대한민국을 이끈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던 권위주의를 청산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국정운영 전반이 너무 가볍게 다뤄졌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이 모든 노무현 정부의 공과(功過)를 짊어진 채 12'19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대권주자가 있다. 바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다.

문 고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래서 민주당의 당권을 쥐고 있는 친노 진영의 지원을 받으며 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명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당내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는 중이다.

문 고문이 대통령선거에 나서면서 내건 구호는 '보통 사람들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가진 출마 선언에서 그는 "보통사람이 주인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공평과 정의가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다시 한 번 탈(脫) 권위주의를 내세웠다.

문 고문은 자신의 강점을 소탈하고 정직했던 인생역정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기존 정치권이 아닌 '시민'의 시선으로 국정을 운용할 수 있는 겸손함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꼼꼼한 검증 과정'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 시절, 그는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가난한 집안 장남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기대했던 부모님의 소망을 저버린 행보였다. 자신보다 덜 가지고 덜 배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길거리'로 나섰다. 당연히 교도소도 드나들었다. 그 덕분(?)에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하고도 판'검사 임용을 받지 못 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내려와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고 노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부산'경남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매력(이미지)뿐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무료 변론을 하면서 만난 지역민들의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적었다.

문 고문은 청와대 참모로 국정을 익혔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비서실장,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그는 "늘 대통령의 시선으로 국정 전반을 살필 수 있었다"며 "물론 참여정부의 정책 중엔 성공한 정책도 있었고 아쉬움이 남거나 실패한 정책도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책을 만들고 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확실하게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자신이 지역균형발전을 역설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遺志)를 이을 수 있는 적통(嫡統)이라고 자부한다. 부자와 수도권만 살아남는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를 수술하는 책무를 기꺼이 맡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경력은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책임자로서 국정을 담당해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더불어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실정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당내 후보들도 이 점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 등 당내 경쟁주자들은 청와대 경력만으로는 국정수행능력이 모자란다며 '참모는 참모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 대권 도전을 선언한 같은 부산'경남 출신 조경태 의원조차 문 고문이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 고문이 정치 행보를 시작한 시점을 두고서도 비판의 시선이 적지 않다. 참여정부의 임기 만료 이후 칩거, 노 전 대통령이 벼랑 끝으로 몰릴 때까지도 아무런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비극적인 사고 이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와 추모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치권에 노크를 했다는 문제 제기다.

이 같은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문 고문은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다. 당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노 진영의 후광을 업고 있으며 영남에서 적지 않은 득표를 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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