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 있다. 암흑의 전시장은 푸르른 기운으로 가득하고, 두 개의 달을 중심으로 나뭇잎들이 춤을 춘다. 사방이 막힌 전시장이지만 일렁이는 바람이 느껴지는 듯하다. 관람객을 일순간 깊은 밤 숲속으로 이끌어주는 이 작품은 영상설치작가 하광석의 작품이다.
봉산문화회관 기획 기억공작소 전시로 하광석은 '허상이 가득한 이 세계,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작가의 영상은 매우 독특하게 전시된다. 작가가 찍은 숲에 떠 있는 달 영상을 물이 차 있는 수조 안에 비춘다. 수조 안의 볼록거울 위에 영상이 비치면서 그 푸른 빛의 영상은 온 전시장에 가득 퍼진다. 그리고 또 하나, 물에 비친 영상이 또 하나의 형상을 이루며 천장에 비치게 된다. 그래서 전시장의 천장 위에는 두 개의 달이 뜨게 되는 것.
두 개의 달은, 문득 세상을 기묘하게 보이게 한다.
"영상은 실체를 찍은 복제물이지, 실체가 아닙니다. '달'이라는 실체가 있는데, 이를 영상으로 복제하고, 이 영상을 또다시 물과 볼록거울을 통해 복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달'이라는 실체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볼록거울을 통해 비친 숲의 풍경도 이미지가 왜곡되면서 관람객들에게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죠."
과연 무엇이 실체일까. 작가는 '복제와 실체'라는 화두를 오랫동안 붙잡고 작품을 해왔다. 이번 작품에서 유일한 '실체'는 물방울이다. 물이 찬 수조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영상은 일그러지며 파동을 형성한다. "물은 중요한 상징입니다. 가상의 세계가 실체의 물방울 때문에 그 상이 흐려지는 것이죠."
나비를 다룬 그의 작품을 보면 작가의 의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불이 켜진 등잔 뒤로 나비 장식이 있다. 흰 벽에는 그 나비의 그림자가 비치는데, 정지해있던 그림자는 어느덧 움직이기 시작하고, 결국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들. 그 속에는 '실재하는 것'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만나는 미디어, 각종 이미지 속 실체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실체는 어디 있을까요. 그런 질문을 영상을 통해 던져보는 전시입니다."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8월 5일까지 열린다. 14일 오후 3시에는 작품세계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된다. 053)661-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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