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당 지도부, 어디까지 갈 텐가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14일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위헌심판 청구 필요성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회 선진화법이 몸싸움 방지를 위해 도입됐지만,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자 국회 선진화법을 걸림돌로 지목한 속셈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5월 당시 원내대표로서 진두지휘해 통과시켰다.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없으며 양보와 타협의 풍토를 조성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날 국회가 숱한 몸싸움과 날치기 처리로 국민의 비난을 사고 실망감을 안겨줬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만든 법이다. 개정이나 위헌심판 청구 필요성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중심이 돼 만든 법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새누리당 내에서 문제 삼는 것도 우습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 '제 자식 의심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화살을 겨누는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무능함을 호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는 그동안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킨 책임이 크다. 여당 지도부로서 박근혜 정부를 지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지침만 받드느라 독자적인 협상 카드를 꺼내지도 못했다. 협상력도 설득력도 발휘하지 못해 '식물 국회' '식물 여당'론이 불거져 나왔다.

황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을 말한 적이 거의 없으며 이 원내대표는 야당 책임론으로 야당을 압박함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보다 못해 같은 당 소속인 정몽준 의원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여당 지도부는 사태 파악이 미숙한 데다 경직된 자세로 일관했고 책임을 오도하기까지 함으로써 야당과의 협상 교착은 물론 당내 계파 갈등까지 가져왔다. 여당 지도부는, 달라지지 않는 한 꼬인 정국을 풀 수 없다는 지적과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현실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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