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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공정한 사회' 꿈꾼 다산, 처벌의 대원칙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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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김호 지음/BM책문 펴냄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렇게 썼다. "다산은 백성들의 도덕성 회복에 앞서 지도층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중앙의 관료들뿐 아니라 지방의 공무를 담당한 자들이 솔선하여 도덕적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만백성의 교화가 이루어지며 이로부터 사회의 질서를 다잡을 수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다산의 절절한 마음이 오늘날까지 울리는 이유는 우리 모두 공정한 사회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흠흠신서(欽欽新書)로 읽는 다산의 정의론이다. 조선 성리학의 정치 기획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던 18세기에, 다산은 성리학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변통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했다. 저자는 다산의 명쾌한 논리와 치열한 고민을 연구하면서, 정의가 흐릿해지고 금권이 판을 치는 세상에 정의의 신념을 뿌리내리고자 다산의 정의론을 꺼내 세상에 펴냈다. 원래 잡지에 게재하던 글을 2012년 다산 탄생 250주년에 맞춰 출간할 계획이었으나, 다소 늦어져 올해 이 책을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의 목차는 제1부 소송 없는 사회를 꿈꾸며(목민관의 임무와 자세, 사또가 준비해야 할 모든 것 등), 제2부 법은 그 마음을 처벌하는 것이다(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자는 엄히 처벌하라, 주범과 종범의 구별, 황해도 평산 과부 최 씨의 간통 및 공모 살인사건을 다룬 조선 최악의 패륜 사건 등), 제3부 넘치는 폭력과 다산의 우려(인정과 도리를 참작하라, 인정과 도리 그리고 법 등), 제4부 다산, 세태를 꾸짖다(특권과 예우 사이, 절개를 잃은 부인들 등)로 구성됐다.

1부에서 소개된 노자의 얘기가 솔깃하다. 노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화(禍)가 없고, 계속 얻으려는 욕심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고 강조했다. 얻으려는 욕심을 부리면 다투는 마음(爭心)이 생기는 것. 노자가 볼 때는, 백성들로 하여금 욕망과 지혜를 버리고 무위(無爲)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분쟁을 그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당대 법 관행을 모두 비판한 다산은 노자의 무위와 한비자의 법가사상이 아닌 고대 유가의 예치(禮治)를 모색했다. 다산이 원시유학의 통치론으로 회귀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산이 처벌의 대원칙으로 제시한 대목도 크게 새길 만하다. "고의로 저지른 죄라면 아무리 작은 죄라도 반드시 처벌하여 용서하지 아니하고, 과실이라면 아무리 큰 죄라도 너그럽게 용서해야 한다." 이른바 '법은 그 마음을 처벌한다'는 의미로 범죄의 의도 유무를 잘 살펴야 공정한 판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360쪽, 2만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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