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반복되지만 또 한 작품이 3개월간의 공연 막을 내렸다. 어수선하게 분장을 지우고, 의상을 정돈하며 무대 철거를 한다. 분주하다. 끝났다는 걸 아는 건지, 한참을 치우고 정리하다 보면 땀범벅에 정신이 없다. 무대 철거를 다 하고 주섬주섬 자기 소지품을 챙겨 쫑파티(공연이 끝나면 하는 술자리 및 식사) 장소로 움직인다. 이때, 텅 빈 무대를 잠시 바라다보면 방금 전까지 땀 흘리며 뛰고 노래하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던 동료 배우들과 공연 때 좋아라 반응해주던 관객들의 웃음과 울음이 몸서리치도록 가슴에 아려온다.
순식간에 많은 관객들과 왁자지껄하다 어느새 막이 내린 텅 빈 무대는 공허해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때론 끝이 없을 것 같고, 끝이 멀어 보이고, 끝까지 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고민도 하고….'
결국은 끝이 있고, 막은 내려졌다. 아쉬운데, 너무 아쉬운데…. 우린 이 무대에다 무엇을 남기고 끝을 낸 것일까?
그래서 이런 유명한 노래가 탄생했을까? '연극이 끝난 후'(최명섭 작사'작곡),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만이 남아있죠.♬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물론 다른 작품으로 또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이다. 새로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건데…. 왜 자꾸만 이 무대에 아쉬움이 남고 미련이 남는 걸까? 부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우선, 팀워크가 부족했고, 작품의 진실한 메시지 전달이 미흡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3분 연설이 역사적으로 짧은 연설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에게 기억되었던 것은 그분의 말솜씨가 좋은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겨 있는 진정성 있는 깊은 감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우리 공연의 콘텐츠는 무엇이었을까? 공연을 만들고 하기에 앞서, 중요한 건 예의와 인격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럴 때 보여주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 전달과 공연의 힘이 보여질 것이다.
무엇이든, 예의와 인격이 갖추어진 상태여야만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때론 칭찬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진정성 있는 공연무대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매번 공연이 끝날 때마다 그런 아쉬움이 남지만, 텅 빈 무대에는 다시 새로운 무대세트가 들어오고 새로운 배우들과 공연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오늘도 '서로의, 서로에 의한, 서로를 위한' 그런 진정성 있는 무대공연이 다시 이뤄지길 바라본다.
이홍기<극단 돼지 대표'ho88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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