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쓰기전에 알아야 할 화폐의 모든 것…『화폐이야기』

화폐이야기/ 김이한'김희재'송인창'양원호'유창연'정여진'황희정 지음/ 부키 펴냄

2012년 파견 근무 차 혹은 유학 차 런던에 머물렀던 기획재정부 사무관'서기관급 공무원 일곱 명이 모여 화폐의 역사, 지폐의 홀로서기, 금융의 명암, 중앙은행의 효시 영란은행, 기축 통화, 화폐 이론의 선지자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 등 일곱 개의 키워드를 통해 들려주는 화폐 이야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이들은 대부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에서 함께 일했고 이 중 두 명은 사무실 내에 조그마한 방을 만들어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는 환율 담당이었다. 화폐와 환율에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들인 것이다. 그 일곱 명이 런던에서 다시 모였다. 이들은 화폐에 관해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책이 그 결과물이다.

이 모임의 좌장 격인 송인창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는 왜 화폐를 주제로 택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재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화폐(통화)가 정책의 중심이었다. 화폐의 움직임을 모르고는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지금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맡고 경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화폐 현상과 이론에 대해 무심하다. 중앙은행도 이자율에만 관심이 있고 화폐량, 화폐 구성의 변화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화폐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켜서 조금 더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민해 보고자 했다. 오늘날 환율이 세간의 관심사인데 사실 환율은 화폐 제도와 화폐의 현상이다. 그래서 환율을 다루는 사람은 화폐를 근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화폐를 주제로 정한 이유다."

이 책은 경제 관련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금리에만 눈길을 주지 말고 화폐의 공급과 수요 전반을 꼼꼼하게 살필 것을 주문한다. 또 일반 독자들에게는 환율전쟁이니 통화전쟁이니 하며 화폐를 마치 경제 무기처럼 다루는 요즈음 책들의 혼란스럽고 음모론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화폐의 본질은 신뢰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이 책은 또한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화 정책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화폐 이야기에는 인류의 화폐가 어떻게 시작되고 진화해 현대 사회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화폐에 대한 인류의 애증과 윤리는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화폐 제도에서 파생하는 권력관계와 이를 둘러싼 다툼의 역사는 어떠했는지, 오늘날 화폐 제도를 관장하는 중앙은행의 표준을 제시한 영란은행은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 같은 선지자들의 화폐에 대한 식견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화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고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어디에' 써야 하고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만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돈의 실체를 들여다보게 하고 돈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저자들은 화폐의 본질이 신뢰와 절제라고 강조한다. 화폐는 생필품에서 예금 계좌의 숫자까지 그 모습은 다양하게 변했지만 화폐가 화폐로 기능하게 만든 것은 사람들의 신뢰와 절제였다는 것. 그런 점에서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양적 완화 정책은 불가피하지만 화폐 남발을 지속해서 위기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더 큰 불행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저성장 구조나 남유럽의 재정 적자 등 경기 침체의 원인은 경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임시적인 돈 찍어 내기 정책으로 눈을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화폐의 역할에서도 드러난다. 오늘날 국제 통화 제도와 관련된 논의를 통화 전쟁, 환율 전쟁 등으로 부르며 화폐에서 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환율은 경제 현상의 결과이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환율 조정으로 근원적인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415쪽. 1만5천800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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