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콘크리트집 마당에 서 있는 산초나무 캐어
시골 텃밭가에 옮겨 심고 돌아왔다
애초에 산초나무가 왜 날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밤이면 나란히 앉아 달 쳐다보며 지냈다
그 몇 해 동안에 내 눈빛 가져갔었나,
그가 없으니 눈 침침하여 하늘이 흐려 보였다
한철 뒤 시골 텃밭에 가서 말라죽는 산초나무 보다가
무언가 찾아올 적에는 같이 살자고 찾아온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다시 캐어 서울 콘크리트집 마당에 옮겨 심었다
그날 밤 달 향하여 산초나무와 같이 앉았더니
홀연히 내 눈이 밝아져서 잎사귀에
달빛 빨아들여 빚는 향기도 보이는 것이었다
-시집 『무언가 찾아올 적엔』(창작과비평사, 2003)
사람도 옮겨심기가 가능하다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은 옆에 심어두고 두고두고 본다면, 미워하는 사람은 어디 멀리 옮겨두고 잊은 듯이 산다면 좋을까. 사랑하는 마음도 시들해지면 다시 어디 멀리 옮겨 심고, 미워하는 사람도 세월이 흘러 애틋한 마음이 생겨 아닌 듯이 찾아가 옮겨온다면 좋을까.
이 시는 말 못 하는 나무라는 사물을 옮겨 심고, 옮겨 심고, 옮겨 심으며 '맹모삼천'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처음 옮겨오고, 두 번째 옮겨가는 과정은 단순한 자리 이동이다. 세 번째 옮기는 과정에선 마음이 개입한다. 어느결에 시인의 마음도 나무의 빈자리를 찾고, 나무도 달빛 같이 바라보던 제자리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한 마음의 결과다. 물리적 이동은 가능해도 심리적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힘이자 흠이다.
세상 만물 모든 이치가 그냥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개입하면 어느 하나도 그냥은 없다. 발 없는 나무와는 달리 '발 달린 짐승'끼리 오고 가는 인생사는 늘 이런 마음이 삽날이 되는 까닭이다.
시인 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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