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해법 없는 님비

지난 4일 새벽, 법무부의 경기도 성남보호관찰소가 번화가인 분당의 서현동으로 이전했다. 이를 뒤늦게 안 주민 수천 명이 5일부터 시위에 나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았다. 반발이 거세자 새누리당까지 나서 정부에 이전 결정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법무부는 9일, 재검토 약속으로 사실상 이전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며 시 외곽 유치가 확정될 때까지 초등학생의 등교 거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찬반 논란으로 인터넷을 달궜던 성남보호관찰소의 분당 이전 문제의 경과다. 이전 찬성 쪽은 주민의 행동을 전형적인 님비 현상으로 본다. 반대쪽은 백화점과 영화관, 학교 등이 밀집해 유동 인구가 제일 많은 곳에 이미 대가를 치렀다고는 하지만 범법자들이 왔다갔다하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주민의 주장을 지지한다. 법무부는 보호관찰소에 직접 보호관찰 대상자가 들락거리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확인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없다는 설명이지만, 이를 믿는 주민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이번 사태는 행정과 주민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법무부는 주민의 반대가 두려워 여론 수렴 없이 한밤에 기습적으로 옮겼다. 주민들은 집단 농성도 모자라 아이들까지 볼모로 잡아 등교 거부라는 극한 투쟁을 벌였다. 대화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서로 잘 아는 까닭이다. 같은 지역은 아니지만, 분당에서는 1990년대 초 신도시 건설 때와 90년대 중반 중학교 학군 조정 문제를 두고, 행정 조치에 반발해 초등학생 등교 거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주민이 싫어해도 국민이나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예는 님비에 가깝다. 여론 수렴 없이 한밤에 번화가로 기습 이전했다고 법무부를 비난하지만, 공청회를 통해 여론 수렴을 하고,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같은 구(區)에 옮긴다 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예 아무도 살지 않는 산꼭대기나 허허벌판으로 이전하지 않는 다음에야 어떤 곳이든 주민이 있기 마련이다. 외곽지로 옮기라는 것은 다수를 앞세워 소수를 무시하는 횡포다. 이번 사태는 '필요한 시설인 것은 인정하지만, 하필 내가 사는 곳이냐?'는 주장을 이길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셈이 됐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