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에 젓가락질 가르치자

밥상머리 교육의 첫걸음, 초등생 80% 제대로 못해

16일 대구 아양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젓가락을 사용, 점심을 먹고 있으나 젓가락질이 상당히 서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6일 대구 아양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젓가락을 사용, 점심을 먹고 있으나 젓가락질이 상당히 서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6일 오후 12시 10분 대구 동구 한 초등학교 급식식당. 병설 유치원의 아이들과 초등학교 1~6학년생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식판에 밥과 국, 반찬을 담아와 식사를 했다. X자 형태로 젓가락질을 하는 한 학생이 짜장면 4, 5가락을 집어 입에 넣으려다 미끄러져 다시 식판으로 떨어졌다. 어떤 학생은 짜장면을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먹었다. 한 1학년 학생은 젓가락 사용을 돕는 자신만의 '기능성 젓가락'을 꺼내 식사를 했다. 젓가락 가운데를 움켜쥐고서 반찬을 집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에 걸쳐서 입으로 가져가거나, 식판의 반찬을 숟가락 끝으로 끌어서 밥과 함께 퍼먹기도 했다.

4, 5살 때부터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한 1학년 김모(8) 양은 "긴 쇠젓가락은 한 손으로 잡기도 힘들고 음식이 잘 미끄러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며 "1학기 때 젓가락 도우미를 끼워 사용하다가 2학기에는 도우미를 빼고 조금씩 사용법을 익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젓가락을 X자 모양으로 사용하는 5학년 김모(12) 군은 "부모님이 야단을 쳐도 습관이 돼 잘 고치기가 힘들다"며 "8살 때부터 젓가락을 배웠지만 아직도 작거나 미끄러운 음식은 집기가 힘들다"고 했다.

1학년 담임을 맡은 권모(29'여) 교사는 "습관이 드는 중요한 시기인 저학년의 경우 아침과 저녁 등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기 때문에 학교에서 일일이 교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부모가 자녀와 밥상머리에 마주 앉아 올바른 젓가락 사용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꾸준히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핵가족화와 달라진 식습관으로 인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젓가락질 등 식사예절을 익히는 시기에 영'유아시절 보육시설이나 학교에서 이를 가르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정 내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면서 올바른 젓가락질 문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 밥상머리 교육의 첫 출발인 젓가락질 교육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5년 설립된 '올바른 젓가락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인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에 따르면 성인 300명 중 62%가 손가락을 잘못 사용하는 '일부 불량'이거나 '완전 불량'이었고, 초등학교 5학년생의 경우 20%만이 올바른 젓가락질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군에서 제대한 복학생 97명 가운데 부대생활을 하면서 늘 젓가락을 사용했다는 응답이 35%에 그쳤다.

일선 학교에서 급식 지도를 하는 선생님들도 고학년인 5, 6학년이 되어도 제대로 젓가락질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6학년 담임을 맡은 남모(42'여) 교사는 "한 반에 20여 명 중 제대로 된 젓가락질을 하는 학생은 50~60% 정도"라며 "고학년으로 오면서 많이 고치기도 하지만 잘못된 습관이 굳어져 바꾸기 힘든 학생도 적지 않다"고 했다.

젓가락질이 잘 안 되는 원인으로 핵가족화가 손꼽히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잘못된 젓가락 사용을 지적하거나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줄 시간이 없어지는 것. 또 밥상이 서구화되면서 포크 사용이 늘어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무관심도 젓가락질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직 젓가락 사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고, 젓가락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밥상머리 교육의 핵심인 젓가락 사용법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젓가락은 아이들의 지능발달은 물론 밥상머리 교육 효과와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쇠젓가락은 손의 움직임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나무젓가락보다 뇌가 20~30% 활성화되는 장점이 있다"며 "나아가 밥그릇을 들고 먹거나 음식을 먹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는 등 밥상 예의범절 중 가장 기초가 젓가락 사용법이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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