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2,526,071의 힘!

'2,526,071'

대구시에 주민등록을 하고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가진 사람, 즉 대구시민을 나타내는 숫자다.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주인공이며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는 개별 경제주체를 의미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2,526,071이 만들어 가야 할 대구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2,526,071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사실 우리지역 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한시도 편안했던 시기가 없었고 지역을 대표하던 기업들이 차례로 쓰러지면서 시민들이 느꼈던 상실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끌었다는 긍지와 뚝심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고,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제부터는 2,526,071이 더욱더 힘을 내고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 2,526,071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대구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얼마나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다른 지역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고 과장하는데, 혹시 우리는 있는 것을 자랑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흔히 대구는 내륙도시라서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륙의 중앙이기 때문에 각지로 뻗어가는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포항의 철강, 구미의 전자, 창원의 기계, 울산의 자동차 산업 등을 연계하는 허브역할을 할 수 있고, 창조경제의 핵심인 산업 간 융합과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보수성과 폐쇄성을 지적하는 이도 있지만 이는 지역에 대한 귀속감과 애착, 그리고 '한번 하면 한다'는 강한 의지와 뚝심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 지역은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고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사상적 지주 역할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지역 경제발전의 모델을 글로벌 경제강국 독일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소명의식과 집단 문화적 성격이 강한 독일의 국민성이 바로 우리들의 특성이고, 제조업의 강국이자 일자리 강국이기 때문이다.

독일 국민들은 패전의 폐허와 분단국가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을 만들었다. 이는 독일국민 특유의 소명의식과 혁신에 대한 의지, 마이스터로 대표되는 기술존중과 장인정신의 결실이다. 또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정부, 투명경영과 노사화합을 이끈 기업과 근로자, 성실하고 실용적인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다. 이것이 바로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독일 제조업이 가진 경쟁력의 근원이며 우리 지역이 따라야 할 최적의 모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지역도 독일처럼 될 수 있으며 그들이 자랑하는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역발전을 견인할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신서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조성되고 있고 다른 지역이 부러워할 만한 R&D 지원 기반도 잘 갖추어져 있으며 대학들도 산업현장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산업평화도시로 불릴 만큼 노사가 화합을 이루고 있으며 국가기능경기대회를 석권할 정도로 우수한 기능'기술인력도 끊임없이 양성되고 있다.

또한 대구시도 '과학기술 중심도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시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이처럼 지역경제의 미래를 위한 기초가 잘 갖추어져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이것을 어떻게 가꾸고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2,526,071의 힘이다. 2,526,071이 진정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정부와 기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있으며, 시민들이 앞장서고 주인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지역의 숙원사업인 남부권 신공항도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곳에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처럼 일하면 반드시 주인이 된다"는 말처럼 2,526,071이 지역발전의 주체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될 때 지역경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구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2,526,071의 힘이다.

김동구/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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